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이 25일 선수단 태극기를 들고 입국하고 있다.
인천공항/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방송·연예계 등 지나친 관심 도리어 독
4년 후 위해 운동에 집중할 환경 필요
4년 후 위해 운동에 집중할 환경 필요
2008 베이징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내며 세계적 스타로 우뚝 선 박태환. 4년 뒤 런던올림픽에서 그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아직 우리 나이로 20살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4년 뒤에는 훨씬 성숙한 기량으로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수영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런데 요즘 박태환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방송·연예계 쪽의 지나친 유혹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태환은 이미 연예계 쪽과 적지 않은 인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기그룹 여가수와의 열애설 등 ‘스캔들’이 나온 지도 오래 됐다. 그뿐 아니다. 그의 후원사도 박태환을 가만두지 않고 있다.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 말에 따르면, 박태환은 지난 15일 남자자유형 1500m 예선이 남아 있는데도 ‘잠깐 한국에 다녀오겠다’고 말할 정도로 마음이 떠나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후원사인 스피도에서 광고를 다 준비해놓고 박태환이 한국에 잠깐 들어오면 이를 터뜨리려 했다는 것이다. 화들짝 놀란 체육회 쪽은 박태환의 한국행을 강력히 만류했다고 한다.
이연택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2일 회견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 헌장에는 올림픽 기간에 선수 사진을 상업적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돼있는데, 여러 기업체들이 선수 초상권을 이용해 뭘 하려고 하는 등 다양한 유혹이 있다. 이는 선수 생명에 지장을 준다”고 말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박태환이 지난 15일 자유형 1500m 예선에서 자신의 최고기록(14분55초03)에 훨씬 못미치는 15분05초55를 기록해 출전선수 37명 중 16위로 처져 8명이 겨루는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것도 이런 것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태환은 지난해 초 개인훈련을 하겠다며 태릉선수촌 노민상 감독의 품을 떠났으나 이후 경기 외적인 일에 신경을 쓰면서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말 태릉선수촌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단거리인 200m와 400m는 6개월여의 강훈련으로 자신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었지만, 1500m는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노민상 감독이 “주위에서 내버려두지 않는다”고 걱정을 하는 것도 방송·연예계 쪽의 지나친 관심 때문으로 보인다. 한때 박태환 전담코치였던 박석기 해설위원은 “주위에서 박태환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고 안하고 하는 것은 박태환 자신의 몫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국 수영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박태환이 한 우물만 팔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도 한국 스포츠계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