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위), 윤석민(아래)
야구 금메달 ‘두 숨은 주역’
그들이 없었으면 어떠했을까?
결승행의 고비였던 22일 야구 일본과의 4강전 9회말. 일본의 아베 시노스케가 친 공은 우익수 이용규(23)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가며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이용규는 공을 잡은 뒤 한참 동안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투수 윤석민(22)은 감격의 눈물을 펑펑 흘렸다. 한국 야구 금메달 뒤에는 숨은 주역 이용규와 윤석민이 있다.
윤석민은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국내에서 다승 1위·평균자책 2위를 기록하고도 가까스로 대체선수로 선발됐지만 중간계투와 마무리를 가리지 않은 그의 활약은 눈부셨다. 윤석민은 한국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5경기에 나와 2승1세이브·평균자책 2.35로 뒷문을 걸어 잠갔다. 윤석민이 강호 미국(13일)과의 경기 9회말 무사만루를 적절하게 막지 못했다면, 대만(18일)전 동점까지 쫓아오던 타자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면 한국의 전승 우승은 없었다. 특히 오른손 투수인 오승환과 한기주가 미덥지 못한 상태에서 오른손 에이스 윤석민의 존재는 더욱 소중했다. 준결승에서 9회 퍼펙트 투구로 일본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은 것도 윤석민이었다.
‘안타 제조기’ 이용규의 활약도 영양 만점이었다. 2번 타자 이용규는 공격 활로의 개척자였다. 결승전에서 1회 안타로 출루해 이승엽이 때린 결승 투런홈런의 발판을 놓았고, 7회 2사 1, 2루에서는 승리에 쐐기를 박는 1타점 2루타를 쳐냈다. 타율 0.481로 올림픽에 나온 세계 타자들 가운데 2위다.
이용규는 이번 올림픽에서 타격 기술 또한 한 단계 성장했다. 2006년 최다안타를 기록하며 ‘신데렐라’로 떠오른 뒤 지난해에는 몸쪽 약점이 드러나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승엽의 스승이었던 박흥식 코치(기아)의 지도를 받은 뒤 올림픽에서 상대 투수의 몸쪽 공을 완벽히 쳐냈다. 쿠바전에서 때린 적시타도 몸쪽 공을 그대로 잡아당긴 것이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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