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남자 최중량급에서 우승한 마티아스 슈타이너(독일)가 시상식에서 아내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
33살 은 노장체조선수, 백혈병 아들 치료비 벌려고 출전
최중량 금 역도선수, 숨진 아내 사진 들고 시상대 글썽
최중량 금 역도선수, 숨진 아내 사진 들고 시상대 글썽
베이징 올림픽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스포츠 스타는 누구일까?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들이 아니다. 중국 최대 포털 ‘톈야’의 한 인터넷 투표에서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 여자배구의 저우쑤훙과 독일의 체조선수 옥산나 추소비티나, 독일의 역도선수 마티아스 슈타이너 등 불행을 딛고 일어선 선수들을 꼽았다.
저우쑤훙(29)이 속한 중국 여자배구팀은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중국 선수단에 특별히 감동적인 성적은 아니었다. 다만 국가대표 배구선수였지만 부상으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남편과의 애틋한 사연이 중국인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남편 탕먀오(26)는 지난해 6월 훈련 도중 입은 부상으로 목 아래를 움직일 수 없는 처지다. “남편에게 절대로 지는 모습을 보여줄 순 없다”는 그의 활약에 중국은 환호했다.
10대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은메달을 딴 노장 체조선수 옥산나 추소비티나(33·독일)도 감동을 자아냈다. 대다수 경쟁 선수들이 아직 태어나기도 전부터 국제무대에 섰던 추소비티나가 여전히 현역으로 뛰는 이유는 백혈병에 걸린 아들의 치료를 위해서다. 역도 남자 최중량급(105㎏ 이상급) 금메달을 목에 건 독일의 마티아스 슈타이너(26·사진)는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간절한 애정 고백이 심금을 울렸다. 그는 시상대에 오르며 지난해 교통사고로 숨진 아내의 사진을 들어보였다. 슈타이너는 “아내 수잔은 베이징올림픽에서 나를 응원하려고 적금을 붓고 있었다. 오늘 금메달은 아내를 위한 것”라며 눈물을 떨궜다.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이라크 선수단에도 중국 누리꾼들은 감동을 고백했다. 유니폼이 없어 각각 다른 옷을 입고 경기를 뛴 조정 선수들과 돈이 없어 헌 운동화를 신었다는 육상선수의 사연에, 중국 누리꾼들의 지원 물품이 전달됐다.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 여자하키팀의 사령탑 김창백(52) 감독에게도 찬사를 전했다. 김 감독은 영자일간 <차이나데일리>에서 선정한 ‘최고의 외국인 지도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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