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태권도의 차동민(오른쪽)이 23일 베이징 과학기술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최중량급인 80㎏ 이상급 결승에서 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에게 금빛 발차기를 하고 있다. 차동민은 결승전 시작 10초 만에 발 공격을 허용해 0-2로 끌려갔지만 곧 오른발로 상대 얼굴을 가격하며 동점을 만들었고, 힘겨운 싸움 끝에 5-4 승리를 거뒀다. 4년 전 아테네올림픽 같은 체급 결승에서 문대성에게 패했던 니콜라이디스는 4년 만에 정상을 노렸으나 차동민에게 막혀 또 은메달에 그쳤다. 베이징/연합뉴스
역대 최고성적 어떻게 달성했나
한국선수단이 제29회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총 31개)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대한체육회는 애초 이번 대회를 앞두고 ‘10-10’ 목표를 내세웠다. 금메달을 10개 획득해 종합순위 10위에 진입한다는 것이었다. 다소 구태의연한 발상이었지만, 의욕은 대단했다. 그리고 1988년 서울올림픽(금 12, 은10, 동 11) 이후 최다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금메달과 총메달 획득 수에서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2위다. 일본도 제쳤다.
대회에 앞서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느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한국은 대회 첫날 남자유도 최민호의 금메달을 시작으로 23일 야구 금메달까지 쉴틈없이 메달 행진을 벌이며 전국민을 열광으로 몰아넣었다.
■ 태권도 양궁 역도 ‘눈부신 성과’ 전통적으로 강세종목인 태권도(4개) 양궁(2개) 역도(2개)등에서 무려 8개의 금메달을 캐낸 것이 컸다. 태권도는 출전한 네 종목(손태진 차동민 임수정 황경선) 모두 금빛 발차기를 했다. 양궁 남녀개인전은 각각 우크라이나와 중국에 내줬지만, 남녀단체전(임동현-박경모-이창환, 박성현-윤옥희-주현정)에서 예상대로 금과녁을 명중시켰다. 역도에서는 애초 여자 75㎏ 이상급의 장미란에게 금 1개 정도를 기대했지만, 사재혁이 남자 77㎏급에서 금바벨을 번쩍 들어올리며 개가를 올렸다.
■ 수영 유도 사격 배드민턴 ‘선전’ 박태환이 수영(남자 자유형 400m)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한 것은 매우 값지다. 한국스포츠도 기초종목에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이 강세였던 유도는 최민호(남자 60㎏급)의 금메달로 체면치레를 했다. 사격과 배드민턴에서는 각각 16년 만에 금맥을 캐내는 귀중한 성과를 올렸다. 진종오가 남자권총 50m, 이용대-이효정 짝이 혼합복식에서 우승하면서 한국선수단의 메달레이스에 힘을 실어줬다.
■ 희비 엇갈린 야구와 축구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반면, 김경문 감독의 야구대표팀은 미국 일본 쿠바를 차례로 격파하면서 금메달을 따 남자 구기종목 사상 최고의 성과를 올렸다. 탁구는 협회의 난맥상에서도 남녀단체전 동반 동메달로 역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4년동안 지도자 선수들과 함께 태릉선수촌에서 동고동락했던 이에리사 총감독은 “이번 메달들은 그냥 나온 게 아니라, 선수들의 꾸준하고 과학적인 훈련 덕분”이라며 “태릉선수촌 훈련일수를 2005년 105일에서 2007~2008년 180일로 늘린 것도 큰 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한국 역대 올림픽 메달 현황
한국 종목별 메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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