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열등감 털고 대국의 위용 과시했지만
화려함 뒤엔 티베트·인권문제 숙제로 남아
화려함 뒤엔 티베트·인권문제 숙제로 남아
꿈은 하나가 됐지만, 세계는 하나가 되지 못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베이징 곳곳에선 ‘하나의 꿈, 하나의 세계’(同一個夢想, 同一個世界)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이 나부꼈다. 중화민족의 부활을 알리고, 인류의 평화를 기원하는 중국의 소망을 담은 표어였다. 그러나 이 위대한 목표를 모두 담기에 ‘냐오챠오(새 둥지)’는 너무 좁았다.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중국은 100년의 꿈을 이뤘다. 서양 제국주의의 침탈로 물려받은 패배감을 털어내고, 그들과 맞설 수 있는 나라로 발전한 자부심을 한껏 과시했다. 개막식은 ‘대국의 굴기’를 선언하는 축포였고, 폐막식은 그 감격을 뿜어내는 축제였다.
그 화려함에 올림픽 전에 돌던 불길한 경고도 빛을 잃었다. 경기장 밖에서 이뤄진 지독한 통제는 경기장 안에서 터져나오는 함성에 묻혔다. 중국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던 베이징의 공기는 악재 목록에도 끼지 못했다. 중국에 비판적이었던 미국과 유럽의 시선도 점차 무뎌졌다.
중국은 올림픽 기간 내내 ‘하나의 중국’을 향한 열망을 뿜어냈다. 중국 관중들은 대만 선수들에게 열광적인 응원을 퍼부었다. 중국 선수들의 금메달 독주가 이어지면서 중국인들의 애국심도 끓어올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베이징올림픽은 민족 부흥의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세계는 이런 중화민족의 부흥에 경외심을 드러냈다. 전 세계 84개국에서 모여든 국가원수와 행정수반, 왕족 100여명이 줄지어 개막식에 참석했다. 이날 베이징은 ‘세계의 수도’였다. 올림픽에 대한 태도로 적과 친구를 가르겠다는 중국의 서슬에 세계가 무릎을 꿇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올림픽의 화려함도 중국의 문제를 완전히 가리진 못했다. 티베트(시짱)와 신장은 여전히 중국의 화약고임을 증명했다. 올림픽 기간에도 티베트 분리독립 세력은 반중국 목소리를 굽히지 않았다. 신장에선 중국 공안기관에 대한 위구르인들의 무장공격이 잇따랐다.
이들의 목소리는 올림픽 열기에 녹아내렸지만, 중국의 냉정함은 흔들리지 않았다. 공안당국은 지난 19일 친티베트 시위를 벌인 외국인들에게 공공질서를 어지럽힌 혐의로 10일 간의 구류처분을 내렸다. 시위구역으로 지정된 베이징의 공원에선 단 한 건의 시위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중국의 꿈과 세계가 여전히 긴장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올림픽이 중국 내 인권과 언론·표현의 자유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 인권단체들에겐 실망스런 대목이다. ‘하나의 세계’라는 구호가 결국 ‘하나의 중국’이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는 지적은 이래서 나온다.
그러나 중국에도 올림픽이 몰고 온 변화가 싹트고 있다. 올림픽은 중국과 세계가 서로의 기준을 확인함으로써 거리를 좁혀가는 과정을 추동시킬 것이다. 올림픽 기간에 중국의 젊은이들이 대거 자원봉사자로 나선 데서 이들의 배타적 민족주의가 순화될 것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관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자신감이 중국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며 “중국이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숙제로 남았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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