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나탈리 뒤 투아, 다라 토레스, 나탈리아 파르티카. AP 신화 연합
투아·토레스·니크파이 등
금메달보다 빛난 투혼들
금메달보다 빛난 투혼들
6살 때부터 그의 꿈은 수영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었다. 17살이던 7년 전,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 이때 한쪽 다리를 잃었다. 1주일에 걸친 처절한 수술을 끝낸 뒤 그는 “수영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사고라서 다행”이라며 울먹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나탈리 뒤 투아(24)는 수영 마라톤(10㎞)에서 2시간0분49초9의 기록으로, 25명 출전 선수 가운데 16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투아는 “경기가 끝나고서야 올림픽 참가를 실감했다. 꿈을 이뤘다”고 했다. 1등과는 1분22초02차이. 다른 선수들과 나란히 선 자리에서 왼쪽 다리에서 의족을 뺐다. 장애는 부끄러운 게 아니었다. 이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라리사 일첸코(러시아)는 “그를 보는 것만으로 용기를 얻는 것 같다. 금메달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장애, 나이, 성별, 국적을 넘어선 투혼들이 빛을 냈다. 다라 토레스(미국)는 올해 41살이 됐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수영 2관왕을 이루고, 은퇴한 지 8년이 됐고 그 사이 한 아이의 엄마도 됐다. 하지만 그는 “아직 자신있다”면서 물속으로 돌아왔다. 순발력과 폭발적인 힘이 필요한 5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계영, 혼계영 400m에도 출전해 두 개의 은메달을 추가했다.
한팔로만 탁구 세계 10위와 맞대결을 펼친 선수도 있다.
나탈리아 파르티카(19·폴란드)는 태어날 때부터 오른팔이 절반밖에 없었다. 양쪽 팔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속도와 세기에서 손해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04년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우승자 파르티카는 홍콩과의 단체전 2단식 티에야나와 경기에서 먼저 1세트를 따냈다. 2, 3세트를 내줬지만 다시 4세트를 이겨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마지막 세트에서 져 아쉽게 경기를 내준 파르티카는 “나 자신을 믿으면 불가능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태권도의 로훌라 니크파이(21)는 아프가니스탄의 ‘올림픽 72년 한’을 풀었다. 30년 가까이 전쟁이 계속되면서 마땅한 연습장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인 민신학(35) 감독의 지도를 받아 아프가니스탄에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안겼다. 그는 “이 승리로 전쟁에 신음하는 조국에 평화의 메세지를 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