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기수단이 24일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폐회식에 입장해 국기를 들고 서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베이징올림픽 폐막
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미스터 스마일’ 이배영(29·역도)은 떨어뜨린 바벨의 봉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짓눌린 무게에도 삶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사람들은 함께 울었다. ‘국민 남동생’ 이용대(20·배드민턴)가 카메라를 향해 살짝 윙크할 때는 어땠는가? 고운 미소년의 연인이 된 것처럼 황홀했다. 황경선(22·태권도)의 부상 투혼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아줌마 군단’ 여자핸드볼 경기 때는 “후반전이 너무 길다”며 가슴을 졸였다. 8일부터 24일까지 17일 동안 열린 베이징올림픽은 말 그대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극한의 몸짓에 사람들은 집에서, 거리에서 감동하고 환호했다.
‘금’보다 값진 ‘동’ 여자핸드볼에 박수
■ 성숙해진 스포츠 문화 임영철 감독의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헝가리를 누르고 딴 동메달은 금메달보다 값졌다. 경기를 지켜본 시민들은 점수 차를 벌릴 때마다 “와!” 하며 기를 불어넣었고, 이겼을 땐 “만세!”를 불렀다. 메달 색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리듬체조의 신수지(17)가 본선행 10위에 들지 못하고 12위에 처졌을 때도 격려의 박수가 터졌다. 선수들도 주눅 들지 않는다. 신수지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음에 한번 해볼 만하다”며 오히려 밝게 웃었다. 유도 최민호(28)의 그칠 줄 모르는 눈물에선 영광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수영 금·야구 세계제패 “기초종목 안돼” 맹신 깨 ■ 한 단계 올라간 경기력 박태환(19)이 자유형 400m에서 그랜트 해킷 등 내로라하는 세계의 ‘물개’들을 제쳤을 때 사람들은 얼굴을 꼬집었다. 꿈이 아니었다. “기초종목은 안 돼!”라는 맹신은 깨졌다. 장미란(25)은 역도 최중량급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육상 110m 허들의 이정준(24), 수영 다이빙의 손성철(21) 등은 기초종목의 넓어지는 저변을 상징한다. 야구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연택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기초종목인 수영에서 금메달이 나오고, 야구의 세계제패 등 역사적인 기록이 이뤄진 대회였다. 양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국제적 위상을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되살아난 선수단 행진…권위주의 시대로 역행 ■ 흘러간 테이프는 그만 경기가 끝난 선수들은 곧바로 귀국하지 못했다. 25일 열릴 개선행사에 동행하기 위해서다. 이날 세종문화회관과 서울광장에선 선수단의 도보행진과 ‘국민대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선수단 쪽에선 자발적 행사라고 하지만, 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애쓰고 고생한 선수들을 반가운 마음으로 환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박정희·전두환 등의 권위주의 통치 아래에서 스포츠는 정치에 이용당해 왔다. 많은 이들은 행여 이번에도 그런 일이 벌어질까 걱정한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수영 금·야구 세계제패 “기초종목 안돼” 맹신 깨 ■ 한 단계 올라간 경기력 박태환(19)이 자유형 400m에서 그랜트 해킷 등 내로라하는 세계의 ‘물개’들을 제쳤을 때 사람들은 얼굴을 꼬집었다. 꿈이 아니었다. “기초종목은 안 돼!”라는 맹신은 깨졌다. 장미란(25)은 역도 최중량급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육상 110m 허들의 이정준(24), 수영 다이빙의 손성철(21) 등은 기초종목의 넓어지는 저변을 상징한다. 야구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연택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기초종목인 수영에서 금메달이 나오고, 야구의 세계제패 등 역사적인 기록이 이뤄진 대회였다. 양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국제적 위상을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되살아난 선수단 행진…권위주의 시대로 역행 ■ 흘러간 테이프는 그만 경기가 끝난 선수들은 곧바로 귀국하지 못했다. 25일 열릴 개선행사에 동행하기 위해서다. 이날 세종문화회관과 서울광장에선 선수단의 도보행진과 ‘국민대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선수단 쪽에선 자발적 행사라고 하지만, 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애쓰고 고생한 선수들을 반가운 마음으로 환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박정희·전두환 등의 권위주의 통치 아래에서 스포츠는 정치에 이용당해 왔다. 많은 이들은 행여 이번에도 그런 일이 벌어질까 걱정한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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