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8개월 만에 노르웨이로 입양된 니나 솔하임이 시상식을 마친 뒤 노르웨이 국기를 두르고 인터뷰구역에 들어오고 있다. 송호진 기자
‘입양아’ 니나, 여태권도 은메달
은메달을 딴 니나 솔하임(30)이 노르웨이 국기를 두르고 인터뷰 구역으로 들어왔다. 노르웨이 기자들에 둘러싸인 그는 그들의 언어로 활짝 웃으며 얘기를 나눴다. 그런 그의 허리 밑으로 흘러내린 검은색 도복끈이 보였다. 도복끈엔 또하나의 이름, ‘CHO MEE SUN’(조미선)이 노란색 실밥으로 쓰여져 있었다. 그의 한국이름이었다. 도복엔 노르웨이 국기를, 도복끈엔 조미선을 새겨 경기에 나온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노르웨이에서 자란 그의 서른살 삶을 모두 담은 것이다. 그의 옆엔 생김새가 똑같은 또 한명이 있었다. 쌍둥이 동생, 조미옥이었다.
자매는 8개월 만에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9살이 됐을 때, 노르웨이 부모님이 “자기 방어는 할 줄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태권도를 배워보라”고 권했다. 그렇게 발차기를 시작한 자매는 노르웨이 국가대표로 컸다. 니나 솔하임, 그리고 조미선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8위를 했다. 국가대표였던 동생 조미옥은 “올림픽 직전 오른손등뼈가 부러져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해 이번엔 같이 출전하지 못했다”고 했다. 손등엔 아직도 꿰맨 자국이 선명했다.
23일 베이징과학기술대에서 열린 태권도 여자 67㎏ 이상급 결승전. 니나 솔하임은 멕시코의 마리아 델 로사리오 에스피노자와 만나 1-4로 졌다. 아쉬울 법 한데 그는 웃음을 지었다. 시상대에서도 챔피언의 손을 들어주었다.
니나 솔하임은 “난 한국사람이고, 태권도를 하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자매는 2001년 제주에서 열린 세계대회 출전을 계기로 엄마를 찾았고, 3년 전부터 엄마를 찾아뵙지 못했다며 아쉬워 했다. 동생은 “엄마 사진도 갖고 있지만, 아빠는 생사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베이징/글·사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노르웨이 니나 솔하임의 도복끈에 한국이름 조미선이 영어로 새겨져 있다. 그는 9살에 노르웨이로 입양됐고, 자신의 한국이름을 새기고 출전했다. 송호진 기자
니나 솔하임의 쌍둥이 동생. 한국이름 조미옥인 이 동생도 노르웨이 태권도 국가대표를 지냈다.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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