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통증이 심했지만 무릎이 끊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싸우겠다는 각오로 맞섰다. 4년 전 아테네 때 못 땄던 금메달이라 더욱 기쁘다"

황경선(22.한국체대)은 22일 베이징 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여자 67㎏급 결승에서 극적인 2-1 승리로 금메달을 확정한 뒤 경기장에서 내려와 한참을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흐느꼈다.

서울체고 3학년이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놓쳤던 우승을 4년 만에 드디어 이뤄낸 것에 대한 기쁨의 눈물이었다.

황경선은 "4년 전 아테네 동메달도 값지지만 기대했던 것에 아쉬운 결과였다. 이번에는 꼭 1등을 하고 싶었고 좋은 결과 나왔다"고 기쁨을 전했다.

부상을 딛고 금메달을 딴 것에 의미를 둔 그는 통증 탓에 최상의 경기를 보여주지 못한 것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8강전에서 크로아티아 선수와 경기를 할 때 왼 무릎을 다쳐 준결승과 결승 모두 어려운 상황이었다. 에팡과 붙은 준결승은 부상이 없었다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승 마지막 포인트를 얻은 건 왼발 뒤차기였다. 무릎 통증이 있는 왼발보다 오른발로 지탱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왼발을 돌렸는 데 그게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 내측 인대가 파열돼 재활치료를 받았던 그는 "재활과정을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8강 경기 중에 왼쪽 무릎을 부딪히면서 뚝 소리가 났다. 결승 때는 통증 때문에 테이핑을 하고 진통제를 맞고 경기를 했다. 다행히 결승 상대가 에팡보다 키가 작아서 마음은 편했다"고 전했다.

앞서 두 명이 금메달을 따 우승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는 그는 "경기 전 떨리기도 하고 긴장도 됐다. 다쳐 힘든 경기를 했지만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면서 "남은 경기에서도 금메달을 따 이번에는 전 종목을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베이징에 오기 전에 최종 전력점검을 하면서 겨루기를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면서 "아직은 우승 실감이 나지 않고 일단 푹 쉬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 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