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22·경희대ㆍ왼쪽), 손태진(20·삼성에스원ㆍ오른쪽).
“매일 10㎞ 산악구보…너무 힘들어 같이 울어”
김세혁·김봉근 감독, 선수별 코치제로 한호흡
김세혁·김봉근 감독, 선수별 코치제로 한호흡
태권도 종주국 한국이 이틀새 금메달 3개를 꿰찼다. 임수정(22·경희대ㆍ왼쪽)과 막내 손태진(20·삼성에스원)의 금빛 발차기에 이어 아테네 동메달리스트 황경선(22·한국체대)까지 모두 1점 차 승부의 초접전이었다. 하지만, 금메달과 은메달을 갈라놓은 그 1점 차의 이면엔 수많은 사연과 속내가 담겨 있다. 그것은 선수들마다 개인적으로 힘겨웠던 시련과 외면, 부상을 딛고 일어났다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가 있고, 그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구사하도록 처음 도입한 선수전담 코치제의 결실이기도 했다.
막내 손태진은 태권도를 그만둘까 생각할 정도로 충격적인 지난해를 보냈다. 국내 최고의 명문 실업팀에 입단했고, 공부도 할 수 있는 대학에 진학했지만 대한체육회 선수등록 규정이 실업팀 선수가 대학에 다닐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 대회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신 직후의 일이었기에 더 힘들었다. 그런 시련은 그러나 손태진을 강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9월 올림픽 예선전에서 왼쪽 팔이 탈구되는 부상 속에서도 우승했다.
임수정(22·경희대)에게도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일찌감치 발차기 재능이 뛰어나 열여덟 살이던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우승했지만, 그 뒤로는 번번이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올라가기는 쉬워도 그 자리를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배우는 시기였다. 임수정은 “경기 전날 생일이었는데, 친구가 ‘네가 1등했다’고 말해주는 꿈을 꿨다. 시상대에 올라갈 때도 ‘이게 꿈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손태진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는 선배 임수정에 대한 덕담도 전했다. “수정이 누나는요? 태릉선수촌 태백 분촌에서 매일같이 10㎞ 산악구보할 때 너무 힘들어서 서로 껴안고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게 제겐 큰 힘이 됐죠.”
치열한 대표선발전, 혹독한 대표팀 훈련, 선수들간의 팀워크가 금메달 획득의 3박자였다면, 이를 잘 조합하고, 관리해온 것은 선수별 전담지도제였다. 손태진은 김세혁 감독(삼성에스원), 임수정은 김봉근 감독(경희대), 황경선과 차동민은 문원재 감독(한국체대)이 각각 지도하면서 심리적인 문제와 경기력을 함께 해결했다.
베이징/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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