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카 마이타 모하메드 라시드 알 막툼(28·오른쪽)
세계 최강 황경선 만나 올림픽 첫 경기서 ‘쓴맛’
공주라고 봐주기는 없었다.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태권 공주’ 셰이카 마이타 모하메드 라시드 알 막툼(28·오른쪽)이 첫 판에서 고개를 숙였다.
22일 태권도 여자 67㎏급 경기가 열린 베이징 과학기술대 체육관. 아랍에미리트연합 태권도협회 명예회장인 알 막툼 공주가 무대에 올라서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의 시선이 집중됐다. 알 막툼 공주는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때 가라테 쿠미테(대련) 여자 60㎏급에서 은메달을 딴 무도인. 지난해부터는 태권도로 전향해 와일드카드로 베이징에 왔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연합 초청으로 해당 국가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와일드카드 ‘특혜’ 논란이 불거져 알 막툼 공주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운명이 장난일까. 대회 직전 한국에서 전지훈련까지 했던 알 막툼 공주의 첫 경기 상대는 공교롭게도 태권도 종주국 간판스타이자 세계 최강자 황경선(22·한국체대)이었다.
태권도 ‘초보’ 막툼 공주는 황경선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황경선은 1라운드 시작 1분여 만에 오른발 옆차기로 1점을 뽑았고, 막툼 공주도 받아차기 공격으로 포인트를 얻어 1-1이 됐다. 늘씬한 막툼 공주는 가라테 기술을 바탕으로 긴 다리로 황경선을 위협했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황경선은 왼발 안면 공격으로 2점을 뽑아내는 등 순식간에 4-1로 달아났다. 황경선의 왼발은 정확하게 공주님의 얼굴 정면을 내리쳤다.
막툼 공주는 3라운드에 반격을 시도했지만 결국 1-5로 졌다. 공주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지만 실망스런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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