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오른쪽)이 21일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힘찬 발차기로 아지제 탄리쿨루(터키)의 얼굴을 가격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여자 57㎏ 3회 연속 우승
주어진 시간은 3라운드, 단 6분. 시간은 20초밖에 남지 않았다. 임수정(22·경희대)은 “이때 조급했으면 졌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마음이 급해진 건 상대 아지제 탄리쿨루(터키)였다. 임수정이 두 차례 ‘10초 룰’ 경고로 감점(1점)을 받아 한때 앞서던 그였다. 금메달을 노린 탄리쿨루의 왼발이 임수정의 몸통을 노렸다.
기다렸던 순간이다. 발목의 뼛조각 일부가 떨어져 나가고, 팔꿈치 쪽이 아려 오는 통증도 잊고 참으면서 이때를 기다렸다. 임수정은 한 팔로 상대의 공격을 막았다. 그리고 반대 방향으로 몸을 팽이처럼 돌려, 눈으로 상대를 확인한 다음 몸통에 발차기를 꽂아 넣었다. 임수정 스스로 “정말 열심히 연습을 했다”던 주특기, 뒤차기였다. 탄리쿨루의 몸이 순간 휘청했다. 전광판에는 임수정이 결국 세계 최고로 올라섰다는 듯 그의 우승을 결정지은 숫자 ‘1’이 깜빡거렸다.
베이징 과학기술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임수정이 1-0으로 아지제 탄리쿨루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태권도 4체급 출전 선수 가운데 첫번째 주자 임수정은 종주국의 진가를 과시하며 한국에 베이징올림픽 9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임수정은 여자 태권도 57㎏급이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처음 채택된 이후 정재은, 장지원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는 전통도 이어갔다. 임수정도 “선배들이 시작하고, 이어오던 금메달 전통을 지키고 싶었다”며 기뻐했다.
태권소녀 임수정, 뒷발차기로 금메달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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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 후반까지 임수정은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 거리를 두다가, 두 차례 경고를 받아 감점을 받아 끌려갔다. 큰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임수정은 “이번 대회에서 상대를 처음 봤고, 텔레비전으로 즉석에서 분석해야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돌려차기, 찍기 공격을 연속 구사하며 종주국 발차기의 매서운 맛을 과시했다. 그는 “질 거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마음이 편했다”고 했다. 경기 종료 1분여를 남겨놓고, 임수정의 오른발이 상대의 빨간색 보호대 옆구리 쪽을 강하게 차 결국 동점을 만들었다. 40여초 뒤 임수정은 1m69 큰 키에서 나오는 금빛 뒤차기로 생애 첫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는 “올림픽이란 생각 없이 편하고 자신있게 하자고 생각했다. 금메달 따서 정말 행복하다”며 방긋 웃었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영상/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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