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리(23)
한국 5명중 유일한 여자대표
대련종목 ‘산타’ 첫경기 나서
“상대주먹 너무 세 턱이 얼얼”
대련종목 ‘산타’ 첫경기 나서
“상대주먹 너무 세 턱이 얼얼”
무술청년들이 허공에서 휙, 휙 소리를 내며 몸을 날린다. 체육관 안엔 곧 이어질 팽팽한 승부를 예고하는 기괴한 음악이 흐른다. 공연이 끝나자, 헤드기어와 가슴·낭심보호대, 글러브를 낀 두 ‘여성 파이터’가 등장했다. 그들은 마치 사부 앞에서 마지막 테스트를 받는 제자들처럼, 주먹을 가슴 앞쪽에 모아 고개를 절도있게 숙였다. 심판들을 향한 인사다.
21일 베이징 올림픽스포츠센터. 올림픽 시범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우슈(중국어로 무술)의 대련종목 ‘산타’ 첫 경기가 열렸다. 영산대 동양무예과 4학년 학생인 23살 김아리가 이 매트에 섰다. 중국이 2012년 런던올림픽 정식종목을 노리며 자국 개최 올림픽에 선보인 우슈에 한국선수가 대련종목 첫 경기에 나선 것이다.‘산타’는 권투처럼 주먹으로, 태권도처럼 발로 때릴 수도 있고, 유도처럼 잡아 넘길 수도 있으며, ‘스모’처럼 높이 80㎝, 가로·세로 8m 매트 밖으로 밀어낼 수도 있다. 유도장에 다니다 친오빠 따라 3년 전부터 우슈에 들어선 김아리가 “차고 넘기는 게 재밌어서 계속 하게 됐다”고 한 것도 역동성 때문이다. 경기는 2분3라운드. 매 라운드 승자를 정해 먼저 두 라운드를 이기면 승자가 된다.
키가 1m50을 갓 넘긴 루마니아 선수는 권투 선수 출신. 2003년부터 세계선수권에 나온 상대와, 세계무대가 두번째인 김아리와는 경력도 차이가 났다. 1라운드에서 상대의 왼손훅에 턱이 걸린 김아리는 다운 당해 2점을 뺏겼고, 앞으로 달려와 배를 걷어찬 발에 뒤로 360도 돌며 매트 밖으로 떨어져 또 2점을 내줬다. 1라운드를 진 김아리는 2라운드에서 상대를 잡아 매트 밖으로 던졌지만 같이 떨어져 무득점이 된 뒤 상대에게 배 타격을 허용해 내리 2라운드를 뺏겼다. 8강진출을 못한 것이다.
김아리는 “이렇게 주먹이 센 선수를 처음 만났다. 턱이 다 얼얼하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시범종목이라 선수촌에서 훈련하지 못하고 지방 스포츠센터와 여관을 오가며 준비했던 그는 “올림픽에서 좋은 경험을 했고, (다음 올림픽을 위해) 계속 우슈를 하겠다”고 했다. 이날 경기엔 히잡 위에 헤드기어를 쓰고 나온 이란 선수도 보였고, 다리잡아 들어 메치거나, 발로 가슴을 찍어 상대를 눕힐 때 관중석에선 탄성이 나왔다. 우슈는 금메달 15개(투로 10개·산타 5개)가 걸렸다. 투로는 규정시간 동안 음악에 맞춰 태극권, 도술과 곤술, 검술과 창술 등을 표현하는 종목이다. 한국은 투로에 이종찬(도술·곤술), 권흥석(검술·창술), 장용호(태극권·태극검), 산타에 윤순명(남자 70kg급), 유일한 여자대표 김아리(여자 52kg급)가 나왔고, 금메달 하나를 넘보고 있다.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대만의 샤오융성이 21일 베이징올림픽 시범경기인 우슈에 출전해 연기를 펼치고 있다. 샤오융성은 9.50점으로 7위를 차지했다. 베이징/신화 연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