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신·조치효 ‘마지막 올림픽’ 투혼…“메달 꿈 깨졌지만 남은 두경기 최선”
“올림픽 메달이 없는데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윤경신은 베이징으로 가기전 “세계 벽이 높아 메달을 논할 처지는 아니지만, 후배들의 군대 문제 해결을 위해 열심히 뛰고 싶다”고 말했다. 후배들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던 지난 2006년 도하아시아경기대회 준결승에서 편파판정 끝에 카타르에게 진 것을 마음에 걸려했다.
윤경신(35·두산)과 조치효(38·바링겐). 한국 남자 핸드볼을 이끌던 30대 후반의 두 노장이 결국 메달없이 올림픽 무대를 마무리하게 됐다. 20일 한국이 스페인에 24-29로 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은 마지막 기회였다. 10여년 넘게 국제무대를 주름잡은 그들이었지만, 한국의 얇은 선수층으로는 올림픽 메달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희망을 걸었다. 2006년부터 독일무대에서 뛰고 있는 조치효는 애초 은퇴를 선언했다가 나라의 부름을 거절하지 못했다. 윤경신도 대표팀 은퇴를 고려했지만 김태훈 감독이 “한번만 더 뛰자”는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다.
둘은 투혼을 불살랐다. 올 초 핸드볼 올림픽 예선 재경기에 소집됐다가 바로 유럽 소속팀으로 돌아가는 강행군에도 군소리 한 마디 없었다. 대표팀의 고된 체력 훈련과 합숙생활도 감내했다. 몸에 칭칭 테이핑을 하고 근육통을 이겨내며 10살 이상 어린 정수영(23)·박중규(25) 등과 똑같이 땀을 흘렸다.
베이징에서도 힘든 체력전 속에 조치효는 경기당 평균 27분을 뛰며 모두 14골을 넣었다. 대표팀 내 최고령이었지만 속공은 번개같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윤경신도 평균 21분을 뛰며 15골을 성공시켰다. 독일리그 득점왕 출신 윤경신은 수비 선수로 기용되도 묵묵히 자기 몫을 했다.
이제 둘에게 남은 올림픽 경기는 딱 두 경기다. 22일 아이슬란드와 5-8위 결정전을 치르고, 이기면 24일 5-6위 결정전을 벌인다. 메달의 꿈은 사라졌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가슴속 눈물을 훔친 둘은 신발끈을 조였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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