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가 21일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베이징/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마지막 올림픽…“모든 걸 쏟아부을 것”
오르막 시작되는 35㎞에서 승부계획
오르막 시작되는 35㎞에서 승부계획
벌써 네 번째 올림픽, 어느새 38살이 됐다. 인생과 비교되는 마라톤 풀코스 42.195㎞를 우연처럼 38번 완주했다. 그도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거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모든 걸 쏟아부을 것”이라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지난 15년간 한국 마라톤의 간판으로 활약해 온 이봉주(38·삼성전자)가 올림픽 마지막 무대가 될 베이징 현지에 21일 입성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지만 2000년 시드니에서 24위(2시간17분57초), 2004년 아테네에선 14위(2시간15분33초)에 그쳤다.
이봉주는 이번 대회를 위해 두 달 전 일본 홋카이도에서 전지훈련에 돌입했다. 지난달 초부터는 실전과 다름없는 한여름 무더위 적응을 위해 베이징과 가장 비슷한 날씨를 보이는 다롄에서 훈련을 해왔다. 베이징에 오기 하루 전까지 4~5일간 고기 등으로 식사해 몸 안의 탄수화물을 고갈시켰고, 이제 밀가루 음식 등 고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시작했다. 체력을 극한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과정인 식이요법도 잘 마친 셈이다.
이봉주는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권 진입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30대 초반이던 8년 전 개인 최고기록(2시간7분20초)보다 2분이나 앞선 기록을 가진 정상급 선수들이 줄줄이 출전해 그나마 녹록지는 않다. 하지만, 상대에 따라 기록이 크게 달라지는 마라톤의 특성상, 2시간9분대에서 노련하게 경기를 이끌어가면 기대 이상의 성적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시간5분대 기록의 마틴 렐(30), 사무엘 완지루(22·이상 케냐) 등이 강력한 우승 후보다.
초반 선두권에서 이탈하지 않는 게 관건이다. 이봉주는 이번 마라톤 코스에서 심한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35㎞ 지점에서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대부분 선수의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대회가 종반으로 치닫는 시점에, 선선한 가을로 접어들고 있는 베이징 날씨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인환 대표팀 감독은 “이봉주 특유의 정신력과 집중력이 발휘되면, 이변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천안문 광장을 출발해 베이징 시내를 돌아 골인 점이 있는 주경기장 ‘새 둥지’로 돌아오면 된다. 남자 마라톤은 대회 마지막날인 24일 오전 8시30분에 시작된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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