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숫자 앞서자 축제 분위기
“복권기금 지원에 힘입어”
“복권기금 지원에 힘입어”
호주 국기를 보면, 왼쪽에 영국 국기(유니언 잭)가 그려져 있다. 영연방이라는 표시다. 지금은 독립했지만, 한 때 영국의 그늘 아래 있었다는 사실은 남아있다. 그래서일까. 호주와 영국은 럭비 등 스포츠 맞대결이 있는 날이면 나라 전체가 떠들썩해진다. 지구촌 가장 큰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에서는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단 한번도 호주에 앞서본 적이 없는 영국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순위에서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호주에 앞서나가자 축제 분위기다. 영국이 21일 오후까지 따낸 금메달수는 17개로 1908년 런던올림픽(금메달 55개) 이후 가장 많다. 사이클에서 크리스 호이가 3관왕에 오르는 등 8개의 금메달을 따냈고 수영·요트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이에 반해 호주는 11개의 금메달에 그치고 있다. 총 메달수에서도 영국(39개)이 호주(37개)에 앞선다.
양국의 메달싸움은 존 코테스 호주 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수영장도 거의 없고, 비누도 그다지 많지 않은 영국이 수영 등 물과 관련된 종목에서 선전한 것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비꼬면서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추세다. 영국 언론은 현재 코테스 위원장의 발언을 기사화하면서 앞다퉈 호주 깎아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참고로, 영국은 호주 등에 비해 스포츠 시설이 아주 열악한 편이다. 코테스 위원장이 영국의 치부를 건들였던 셈.
2012년 올림픽 개최국이기도 한 영국은 아직도 육상·복싱 등에서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영국이 끝까지 선전해 호주에 20년 만에 완승을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영국 일간 <미러>는 베이징의 눈부신 성공이 복권기금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표팀은 비용의 절반을 복권기금에서 받고 있는데, 이때문에 영국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영국은 그동안 쌓인 복권기금 중 약 2억5천만 파운드(5000억원)를 대표팀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엘리트 선수에만 돈을 쏟아붓지 말고, 청소년의 비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육시설 확충 등에도 돈을 쓰라는 비판도 일부에서 일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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