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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조치효ㆍ윤경신, 씁쓸한 노메달 퇴장

등록 2008-08-21 14:38

1990년대 한국 남자핸드볼을 주름잡았던 2명의 노장 스타가 결국 메달없이 쓸쓸하게 올림픽 무대를 떠난다.

조치효(38.바링겐)와 윤경신(35.두산)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에 함께 올림픽에 데뷔한 이들은 16년이 지나 서른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조카같은 후배들과 호흡을 맞췄지만 20일 밤 2008 베이징올림픽 8강전에서 스페인에 패해 결국 메달 꿈을 접고 말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사상 첫 메달을 은빛으로 장식한 남자 핸드볼은 4년 뒤 바르셀로나에서 다시 최강의 멤버를 꾸렸다.

203㎝ 윤경신과 192㎝ 조치효는 체격이 크고 힘이 장사인 유럽 선수를 막아낼 최대 무기였다. 왼손잡이이인 둘은 특히 덩치가 큰 데도 빠르고 개인기가 뛰어나 공격 파괴력도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로 떠난 대표팀은 큰 불운을 맞았다. 오른손잡이 플레이메이커 강재원(현 중국 여자대표팀 감독)이 발을 다쳐 제대로 뛸 수 없었던 것이다.

한쪽이 비니 윤경신과 조치효가 아무리 힘을 써도 잘 되지 않았다. 한국은 결국 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16년이 지나 윤경신과 조치효는 베이징대회에서 드디어 메달 획득의 기회를 잡았다.


둘 모두 세계 최강 리그인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철저한 자기관리로 현역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기존 대회와 멤버 구성도 상당히 좋았다. 주전인 자신들이 체력이 달리더라도 공백을 메워줄 만한 신예들의 기량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태릉선수촌에 들어온 뒤 자신들을 완전히 버렸다. 분데스리가에서 승승장구하며 스타로 대접받던 것을 모두 잊었다. 모자란 체력을 채우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고 올림픽 개막 직전 이들의 몸 상태는 몰라보게 올라와 있었다.

막상 베이징에 와서도 팀 조직력을 위해 자존심까지 버렸다. 공격 전면에 나서지 않고 중요할 때만 기용됐다. 특히 일곱차례나 분데스리가 득점왕을 차지했던 윤경신은 팀 작전에 따라 수비 선수로만 나설 때도 있었다.

하지만 노장들의 희생은 결국 빛을 보지 못하고 준결승 실패로 끝이 났다.

그래도 이들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8강 실패로 선수단 분위기는 침체해 있지만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후배들을 독려하고 있다. 한국은 22일 낮 아이슬란드와 5-8위 결정전을 치르고 이기면 24일 오전에 5-6위 결정전을 갖는다.

김태훈 감독은 "아직 5-8위 순위 결정전이 두 경기 남았다. 선수들이 고생이 컸던 만큼 많이 아쉬워하고 있지만 노장들이 잘 다독여 분위기를 다시 잡아주고 있다. 메달은 좌절됐지만 고참들의 지금 역할이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있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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