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야구 첫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의 4강전 상대는 숙적 일본으로 정해졌다. 일본은 20일 우커송 메인구장에서 열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미국에 2-4로 져 예선 4위를 차지했고, 예선 1위 한국과 준결승에서 맞붙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 이기면 예선 1위 한국, 지면 아마 최강 쿠바가 기다리고 있었다. 졸전이 펼쳐졌다. 9회까지 양팀이 단 2안타씩. 이날 양팀의 허약한 겉모습 속에, 한국과 쿠바 중 어느 쪽을 더 손쉽게 바라보는지 속내가 비쳤다. 0-0으로 비기던 9회 1사 후엔 우익수 이나바 아쓰노리가 평범한 외야 파울 뜬공을 어처구니없이 떨어뜨리는 촌극이 펼쳐지기도 했다. 지루한 ‘0의 행진’은 결국 11회 승부치기로 멈췄다. 이때부터 미국은 작심을 한 듯 3안타를 터뜨리며 4점을 뽑아 곧바로 승부를 갈랐다.
한국은 4위 일본과 예선 성적 2위 쿠바는 미국(3위)과 준결승을 치르게 됐다. 일본의 한국전 선발은 스기우치 도시야(28)가 거론되고 있다. 당초 호시노 센이치 감독은 “에이스 다르빗슈 유를 준결승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좌투수에 약점을 보이고 한국을 상대하기 위해 스기우치를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소속인 스기우치는 이번 시즌 18경기에서 9승 5패, 평균자책 2.60점의 짠물투구를 펼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지난 15일 네덜란드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7회 4피안타 6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친 바 있다.
여기에 맞서 한국은 김광현이 선발로 나설 전망이다. 김광현은 “일본도 (나를) 분석하고 나오겠지만 자신 있게 던지면 내 공을 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광현은 이미 지난 16일 예선 4차전에서, 전력을 다한 일본을 상대로 5⅓회 동안 3피안타 7삼진 1자책점으로 천금 같은 승리를 이끈 바 있다.
한국은 나머지 선수들에게도 총동원령을 내렸다. 김 감독은 “(결선에는) 뼈가 부러지지 않는 한 다 나오려고 하지 않겠냐”며 결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차하면 결승 선발이 유력한 류현진을 비롯해 봉중근, 송승준까지 나설 태세다. 쿠바를 상대로 9회 세 타자를 완벽하게 처리한 오승환과 정대현이 뒷문을 걸어 잠근다.
타선에선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던 김동주, 진갑용 등 주전 선수들이 전원 출격한다. 이승엽과 함께 중심 타선을 이끌어줄 이대호가 네덜란드와 경기를 포함해 이번 대회에만 세 개째 홈런을 터뜨리며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편 이날 약체 네덜란드와 마지막 경기를 치른 한국은 선발 장원삼의 완봉 역투를 앞세워 10-0, 8회 콜드게임(7회 이상 10점 차 이상) 승리를 거뒀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뒤 “예선 전승이 중요한 게 아니다. 22일 경기(준결승)에서 이겨야 진짜 이긴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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