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평행봉, 리샤오펑에 0.2점 뒤져 ‘은’
양태영, 4년전 금메달 ‘한’ 못풀고 7위로
양태영, 4년전 금메달 ‘한’ 못풀고 7위로
매트에 내려선 유원철(24·포스코건설)은 양팔을 한 바퀴 크게 휘저었다. 고집스럽게 앞으로 삐져 나가려는 발을 붙잡아 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왼발이 반쯤 어긋났다. 다잡았던 금메달이 한 걸음 달아난 순간이었다.
19일 베이징 국가체육관에서 벌어진 체조 평행봉 결승에서 유원철이 16.250점(A점수 7.000, B점수 9.250)을 얻어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첫 올림픽에 나서고도 긴장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수차례 양팔의 탄력으로 공중제비를 돈 다음, 두 어깨를 봉에 거는 탄력과 안정감도 나무랄 데 없었다. 평행봉 한쪽 위에서 물구나무를 섰다가, 반대편 아래로 훌쩍 넘어올 때도 유연함과 날렵함이 그대로 유지됐다. 착지하는 과정에서 가볍게 몸의 균형을 잃었지만 “자신있는 세리머니를 보여주려고 미리 생각했다”던 말 그대로 양팔을 번쩍 치켜든 다음, 다시 왼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하지만 6명의 심판은 유원철이 경기 뒤 “작은 실수가 있었다”고 한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유원철은 스타트 점수(A점수)에서 최고 수준인 7.000점을 확보했지만, 그만큼 어려운 연기를 펼치면서 기술점수가 0.750점 깎인 9.250점(10점 만점)에 그쳤다. 안톤 포킨(우즈베키스탄)을 0.05점차 2위로 밀어내고 잠시 단독 1위로 나섰지만, 금메달을 목에 걸기엔 ‘2%’가 부족한 점수였다.
결국 마지막 연기자로 나선 중국의 리샤오펑(27)에게 덜미가 잡혔다. 리샤오펑은 유원철보다 스타트 점수가 0.1점 낮은 구성을 택한 대신, 한 치도 빈틈없는 연기를 펼쳐 기술점수를 무려 9.550점이나 받아냈다. 금메달을 눈앞에 뒀던 유원철은 리샤오펑이 합계 16.450점을 얻는 바람에 아쉽게 1위를 내줘야 했다. 유원철은 “첫 올림픽에서 메달까지 따내서 영광스럽지만, 색깔이 은색이어서 아쉽다”며 “4년 뒤 런던에서는 단체전과 평행봉에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은 그동안 못했던 일을 해보고 싶다.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술을 마시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4년 전 ‘오심 파동’으로 금메달을 뺏겼던 양태영(28·포스코건설)은 이번에도 ‘비운의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초반 경기를 잘 이끌던 양태영은 한 차례 물구나무를 선 뒤 회전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이어져 7위(15.650점)에 그쳤다. 이장형 대표팀 코치는 “아마 태영이가 그 이전까지 연기를 펼친 선수들의 점수가 그리 높지 않아 잘하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부린 것 같다. 연결 동작에서 실수가 나와 감점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양태영은 경기 뒤 “후회도 되고 아쉽기도 하지만 빨리 잊는 게 도움이 된다. 몸이 따라줄 때까진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