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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출전’ 이순자 “후련해요”

등록 2008-08-19 20:56수정 2008-08-20 16:59

첫 올림픽이었다. 19일 베이징 순이 조정카누경기장에서 열린 카누 종목 여자 카약 1인승(K-1) 500m 3조 예선이 끝났고 이순자는 8명중 8위로 들어왔다.  경기가 끝나고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최선을 다했으니 뿌듯하고, 이제 끝났으니 후련하다” 고 말했다. 사진/송호진기자
첫 올림픽이었다. 19일 베이징 순이 조정카누경기장에서 열린 카누 종목 여자 카약 1인승(K-1) 500m 3조 예선이 끝났고 이순자는 8명중 8위로 들어왔다. 경기가 끝나고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최선을 다했으니 뿌듯하고, 이제 끝났으니 후련하다” 고 말했다. 사진/송호진기자
올림픽 카누 국내 첫 출전
현지서 배 빌려 ‘고군분투’
경기가 끝난 뒤 이순자선수와 전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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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레인에서 이순자(30·전북체육회)가 출발했다. 뱃머리가 처음부터 뒤로 밀렸다. 그를 응원해줄 관중은 카누 관계자 외엔 아무도 없다. 카누에 출전한 유일한 한국 선수. 그는 혼자 밥 먹고, 혼자 자고, 혼자 배를 옮겼다. 배는 여기서 빌렸다. 자국에서 직접 공수해온 다른 선수들의 배는 빌린 배보다 더 좋았다. 카누는 배와, 물과, 선수가 하나가 돼야 한다. 경기 전까지 그의 마무리 훈련이란, 낯선 배에 자기 몸을 끼워맞추는 일이었다. 중반 스퍼트가 좋은 이순자는 왼쪽, 오른쪽 노를 힘껏 저었고, 7위로 가던 바로 옆 레인과도 벌어졌던 간격을 조금씩 조금씩 좁혀갔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19일 베이징 순이 조정카누경기장에서 열린 카누 종목 여자 카약 1인승(K-1) 500m 3조 예선. 1위 카트린 바그너(독일)는 1분48초745에 들어왔고, 10초가 지난 1분58초140에 8명 중 마지막으로 이순자의 뱃머리가 결승선을 지나쳤다. 각조 7위까지 준결승에 나가는데, 7위보다 ‘0.412초’가 뒤졌다.

이순자는 맨발로 취재진 앞에 섰다. 춘천 모텔에서 자며 훈련해온 그의 손바닥은 부르터 있었다. 선수촌 `출입카드'가 카누에 여러장 할당되지 않아 선수와 동행하지 못한 박기정 감독은 그간 대표팀 차를 직접 운전하며 이순자와 올림픽에 나가지 못한 제자들을 훈련시켰다.

“아이, 눈물이 나려고 하네….” 고개를 잠시 들었고, 웃음을 되찾았다.“여기 와서 외로웠어요. 혼자 씻고, 혼자 지내고. 경기 전에 어머니가 ‘순자야 최선을 다해라. 고생한 대가가 있을 것이다. 포기하지마라. 널 믿는다’고 하셨어요. 최선을 다했으니 뿌듯하고, 이제 끝났으니 후련해요.” 그는 11남매 중 여덟번째 딸이다.

그는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내 올림픽 카누에 나온 국내 첫 선수이자, 후배들의 희망이다. 자신의 1분55초대 한국신기록을 깨면 사상 첫 9명이 겨루는 결선에 갈 수 있을 듯 했으나, 대부분의 선수가 1분50초 안팎에 들어올 만큼 격차가 컸다. 25명 중 23등을 했다. 이순자는 “여기까지 오는데 포기하지 않았고,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웠으니 꼴찌를 했어도 만족해요. 또 도전해야죠. 카누를 즐기면서 능력이 닿는 한 계속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 패들(노) 잃어버리면 안 되는데”라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배가 아닌, 그 ‘패들’이 그가 베이징에 가져온 유일한 친구였다.


■ [한겨레 관련기사] 송호진·조소영의 스포츠 다큐 ■
▶ 손바닥 다 터져도…‘순자’의 노는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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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영상/조소영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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