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옐레나 이신바예바가 18일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
이신바예바 올 3차례 경신…“관중들 기쁘게 해주고파”
올림픽의 역사는 육상의 역사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장대높이뛰기는 ‘금녀의 세계’였다. 1996년까지는. 이제 올림픽에 고작 세 번밖에 선보이지 않은 여자장대높이뛰기는 그러나 육상 최고의 인기스포츠가 됐다. 그것도 오로지 한명의 활약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옐레나 이신바예바(26).
다섯살부터 10년간 체조를 했지만, 키가 부쩍 자라 장대를 잡았다. 체조선수들은 대체로 손과 팔이 잘 발달돼있다. 큰 키는 높이 뛰는 데는 제격이다. 장대높이뛰기와는 천생연분의 궁합이다.
장대를 손에 쥔 지 11년째를 맞고 있는 그가 2008 베이징올림픽 무대에서 자신의 통산 24번째 세계기록을 작성하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그의 인기는 외모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육상 선진국 영국의 장대높이뛰기 코치 스티브 리폰은 “현재 활동하는 어떤 남자 선수보다도 이신바예바의 도약 기술은 단연 최고”라고 극찬했다. 장대의 탄력을 받아 공중으로 솟구치는 이 종목에서 가장 중요한 ‘L-페이스’(Phase)로 불리는 기술에선 거의 교과서적인 동작을 매번 펼쳐보이고 있다.
그는 올해 벌써 3차례나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7월11일 5m03(런던), 7월29일 5m04(모나코), 그리고 이번 올림픽에서다. 경신의 폭은 1㎝. 그가 1㎝ 갈아치울 때마다 받는 포상금은 5만달러다. 이신바예바는 “돈은 많을수록 좋다”면서도 “그것 때문에 기록에 도전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자신과 관중들이 경기에 더 몰입하고 즐기도록 분위기를 만들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금메달을 딴 뒤 기자회견에서 “나는 관중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고, 그런 관중들은 내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체적인 한계가 있냐는 질문에 대해 “하늘만이 나의 유일한 한계”라고 답한 그는 통산 24차례의 세계기록(실외 14회, 실내 10회)을 작성했고, 남자 종목에서 전설로 남아있는 세르게이 붑카의 통산 세계신기록 작성횟수엔 12번을 남겨놓고 있다. 그의 생애 목표는 5m15이며,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3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까지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베이징/권오상 기자 ko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