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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도…시민도… ‘금’의 굴레를 벗다

등록 2008-08-19 20:32수정 2008-08-20 00:09

부상투혼·비인기종목 박수 갈채
경쟁선수 격려…동메달도 환호
18일 베이징올림픽 수영경기장. 다이빙 국가대표 손성철(21)은 ‘퐁당’ 빠져드는 일류 선수들과는 달리 큰 물보라를 일으켰다. 29명 출전선수 가운데 꼴찌였다. 다이빙은 ‘미녀스타’ 궈징징이 있는 중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비인기종목이다. 박태환이 등장하기만 하면 하루에도 십수번씩 나오던 ‘워터큐브’였지만 텔레비전에서 손성철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손 선수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누리꾼들은 ‘알아봤다’. 손 선수에게 “자랑스럽습니다. 다음 런던올림픽을 기대할게요!” 등의 격려로 손 선수를 다독였다. 19일 ‘카약 1인승 500m’ 종목에 출전해 꼴찌로 들어온 이순자(30) 선수에게도 “카누에서 올림픽에 진출한 것은 수영 금메달 못지않게 축하할 일이다”는 등 격려가 이어졌다. 이 선수는 비용문제로 자신의 배를 가져오지 못해 중국 현지에서 배를 빌려야 했다.

올림픽을 대하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금메달도 좋지만’ 축제를 축제답게 즐기자는 분위기다. 이용대·박태환 등 ‘국민 남동생’을 찾아내 열광하고, 감격에 겨워 우는 유도 최민호(28)는 ‘잉잉 민호’, 그런 최민호를 달래주는 파이셔(27·오스트리아)는 ‘완전 훈남’으로 칭하며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13초 만에 무릎을 꿇은 왕기춘(20)에게 ‘간지 기춘’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부상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고 격려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지금까지 인기를 독차지한 축구의 부진에도 그 자체로 실망하기보다는 비인기종목을 격려하기 위한 놀잇감으로 만들었다. ‘축구장 시리즈’는 인터넷에서 ‘물 채워라 태환이 수영하게’에서 ‘물 채워라 미란이 목욕해야 한다’로 나아가더니,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12년 만에 금메달을 딴 뒤에는 ‘축구장에 약수터 설치해라. 배드민턴 연습하게’ 등으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며 올림픽을 즐기는 또다른 코드로 자리잡았다.

올림픽을 대하는 자세의 변화는 선수들에게서도 감지된다. 여자 양궁에서 24년 만에 금메달을 뺏겼지만 박성현(25)은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 선수에게 축하를 건네는 여유를 보였고, 기자회견에서는 “안타깝지만 최선을 다했다”며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남자 양궁의 박경모도 은메달이 확정된 뒤 안타까움에 고개를 한껏 젖혔지만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동메달도 한껏 자축했다. 18일 탁구 남자단체전에서는 동메달이 확정되자 유남규 코치와 유승민 등 선수들은 뒤엉켜 환호했다. 여자팀이 동메달을 땄을 때도 현정화 코치는 선수들과 뒤엉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역도 69㎏급에 출전해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는 감동적인 장면을 보여줬던 이배영 선수는 인터뷰에서 “은메달 땄을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으니 금메달 못지않다”며 “메달 못 따고 세금만 축낸 선수에게 과분할 정도의 관심을 보여줘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당신이 진정한 챔피언! 맨날 메달 메달… 이제 지겹다”(아이디 aa524) 등 금메달보다 더 값진 모습에 연일 박수를 보내며 올림픽을 즐기고 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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