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라톤을 제패한 황영조 선수와 종합 7위를 기록한 선수단이 그 해 8월13일 귀국해 카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한국보도사진연감〉
선수단 도보행진·대규모 환영행사 계획
‘정치권서 땀방울 이용하나’ 시선 곱잖아
‘정치권서 땀방울 이용하나’ 시선 곱잖아
이번 베이징올림픽 선수단이 개선하는 25일엔 근래에 보기 드물게 우리 선수들의 서울시내 도보행진이 벌어질 전망이다. 선수단을 환영하는 국민대축제도 계획돼 있다.
이연택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19일 “귀국하는 날 선수단은 인천공항에서 세종문화회관으로 이동해 해단식을 한 뒤 시청 앞 광장까지 도보로 행진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항간에 나도는 카퍼레이드같은 큰 행사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선수들이 땀흘린 성과와 국민들이 보내준 응원의 열기에 감사하는 그런 소박한 행사일 뿐”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수단은 이날 별도 보도자료를 내어 “공항 도착 후 입국장에서 간단하게 합동 기자회견을 한 뒤 세종문화회관으로 이동해 해단식을 갖는다”며 “해단식이 끝나면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도보로 시청앞 서울광장까지 이동해 ‘환영 국민대축제’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보 행진과 국민대축제는 <한국방송> 1채널에서 100분간 생방송한다.
올림픽 폐막 뒤 우리 선수단이 개선 행사로 도보행진과 국민대축제를 벌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당시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에서 우승한 때를 마지막으로 우리 선수단의 서울시내 카퍼레이드 행사는 자취를 감췄다. 그 이후 올림픽 선수단은 개선하면 공항에서 해단식을 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도 선수단은 공항에서 해단식 행사만을 했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도보행진과 국민대축제라는 형태로 환영행사가 부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수영의 박태환, 역도의 장미란 등 한국 선수단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지만, 이들 스포츠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을 정치권 등에서 ‘어부지리’ 격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일찌감치 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을 기다리고 있는 금메달리스트들의 베이징 생활은 그저 한가롭지만은 않다. 자유형 400m 금메달 수상자인 박태환은 감기 탓에 외출도 하지 못한 채 선수촌 안에서 치료와 휴식을 병행하고 있다. 마음같아선 다른 종목 선수들의 경기장을 찾아 응원도 하고 싶지만, 몸이 따라주질 못하고 있다. 세계신기록을 다섯번이나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목에 건 장미란도 선수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훈련과 경기로 인해 손목과 허리에 부상이 있어 역시 마사지 등으로 몸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사격 50m 권총 금메달리스트인 진종오(29·KT)는 총기 국내반입 일정이 18일이어서 이날 귀국했다. 반면, 유도의 최민호 등 유도 메달리스트들은 공식경기가 끝날 때까지 동료 선수들을 응원하다 최근엔 코칭스태프와 함께 쇼핑과 시내 관광을 즐기고 있다. 양궁대표팀은 베이징 현대자동차 공장을 견학하기도 했다.
베이징/권오상 기자 ko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