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은(오른쪽)·윤재영 조가 18일 저녁 베이징대체육관에서 오스트리아를 이기고 동메달을 딴 뒤 손을 맞잡고 있다. 베이징/ AP 연합
남 탁구 단체전 오스트리아에 3-1 승리
코치 교체뒤 짧은 기간에 이룬 ‘큰 성과’
코치 교체뒤 짧은 기간에 이룬 ‘큰 성과’
어른들은 싸웠다. 시도 때도 없이. 내 편 네 편 하면서 …. 올림픽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파벌싸움에 초가삼간 타는 줄 몰랐다. 태릉선수촌에서 땀을 흘리는 선수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한때 기술위원장까지 맡으며 시시콜콜 대표팀 감독의 선수 선발에까지 관여해 물의를 빚었던 천영석 회장. 그도 결국 쫓겨났다. 두 계파의 절충으로 코치진도 느닷없이 바뀌었다.
선수들은 다소 동요됐지만, 묵묵히 땀을 흘렸다. 지난해 12월 말 천 회장의 독단에 반기를 들고 자진사퇴했던 유남규-현정화 남녀대표팀 감독이 코치가 돼 돌아온 것은 그나마 위안이었다. 선수단은 한마음이 됐다. 그리고 악조건에서도 이들은 탁구 남녀단체전 동반 동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18일 베이징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탁구 남자단체전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동메달 결정전. 유승민(삼성생명)이 4번 단식을 따내 한국의 3-1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유남규 코치를 비롯해 오상은(KT&G) 윤재영(상무)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한번에 털어버리듯 서로 위로하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사실 저는 예선통과만 하자고 왔어요. 제가 원하는 트레이닝을 전혀 못했습니다. 벤치에서 초조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래도 선수들에게 ‘나를 믿어라. 금·은·동을 떠나 최선을 다하면 탁구인들이나 국민들이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했어요. 그리고 한마음으로 통일됐죠.” 유 코치는 “이번 동메달은 그만큼 값지다”고 했다.
이날 두번째 단식에서 져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던 유승민도 “동메달이 이렇게 값진 것인 줄 몰랐다”고 좋아했다. “저는 메달 따봤는데, 상은이 형과 재영이는 첫 메달이어서 저로 인해 못 딸까봐 걱정이 많았어요. 어깨에 힘이 들어가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죽을 힘을 다했습니다.”
첫 단식과 복식에서 이겨 승리의 주역이 된 오상은은 “유남규 코치가 늦게 합류하고, 협회가 시끄러워 동요도 했지만, 승민이나 재영이가 잘해 줬다”며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한국은 오상은이 베테랑 베르너 쉴라거(세계 16위)를 3-1(10:12/11:5/11:8/11:5)로 눌렀지만, 유승민이 로베르트 가르도스(47위)에 1-3(12:14/8:11/11:13/5:11)으로 져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오상은-윤재영 짝이 가르도스-천 웨이싱 짝을 3-0(11:8/11:4/13:11), 유승민이 수비전형인 천 웨이싱을 3-0(11:9/11:5/11:7)으로 누르면서 피말리는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베이징/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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