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의 육상 스타이자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류샹(25)이 남자 110m 허들 예선에서 기권해 중국과 세계 육상계를 놀라게 했다. 베이징/AP 연합
110m 허들 2연패 꿈 접어
오른발 뒤꿈치 부상이 찾아온 것은 지난 16일, 토요일이었다. 의사들은 그의 부상이 쉽게 나을 것으로 판단했고, 본인도 이를 확신했다. 이틀이 지난 18일 낮 11시50분(현지시각)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110m 허들 예선 1라운드 6조 경기에 그가 나타나자 국가체육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환호가 울려퍼졌다. 긴 트레이닝복을 벗지 않은 채 두 개의 허들을 가볍게 넘은 그는 얼굴을 찡그린 채 출발선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중국 최고의 육상 스타이자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류샹(25)은 남자 110m 허들 예선에서 기권해 중국과 세계 육상계를 놀라게 했다. 2번 레인의 류샹은 첫 출발 총성(부정출발)이 울렸을 때 절뚝거리며 몇 걸음을 걷고는 이내 두번째 출발 전에 경기 포기 의사를 밝혔다.
류샹의 코치 쑨하이핑은 곧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틀 전인 16일 저녁 부상이 있어 엠아르아이(MRI) 검사를 한 결과 오른발 뒤꿈치 근육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하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또 “류샹은 두 종류의 부상이 있었고, 이 중 다리에 있던 햄스트링(뒷허벅지) 부상은 치유됐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발꿈치로 훈련과 휴식 사이에 종종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류샹의 발꿈치는 보통사람과 달리 더 튀어나와 평소에도 늘 그를 괴롭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부상은 발꿈치의 뼈와 근육이 맞붙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염증으로 알려졌다.
회견에 동석한 중국 육상대표팀의 펑수융 감독은 “비록 부상은 지난 토요일에 처음 왔지만, 이 정도의 예기치 못한 상황은 워밍업장에서 발생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류샹의 부상을 알고도 주변에서 무리하게 그의 출전을 강요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구심도 일고 있다. 펑 감독이 “부상에도 그는 최선을 다해 훈련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샹의 부상은 석 달 전부터 문제가 됐다. 우사인 볼트가 남자 100m 세계신기록을 세웠던 지난 5월31일 뉴욕대회에 햄스트링 통증으로 불참했고, 1주일 뒤 오리건 유진에서 열린 프리폰테인 클래식에선 부정 출발로 실격되는 등 공식경기에 나서지 못한 채 훈련 모습만 공개됐다.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망>은 이날 “류샹의 경기 포기 소식에 중국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깜짝 놀랐다”며 “많은 중국인들이 아쉬움을 보였지만, 류샹을 이해하면서 빠른 회복을 기원하는 이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인터넷 포털 ‘톈야’ ‘소후’ 등엔 죄다 류샹 관련 게시물로 가득했다. “류샹이 경기를 포기한 것은 13억 중국인의 아쉬움” “4년 뒤를 기약하자” 등 류샹을 격려하는 내용이 많았다. 한 누리꾼은 ‘류샹 경기 포기의 내막’이란 제목으로 최근 성적이 부진했던 류샹의 경기 포기가 이미 예정됐던 일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베이징/권오상, 김외현 기자 kos@hani.co.kr
중국의 육상 허들 110m 대표인 류샹이 18일 열린 예선에서 출발준비를 하다가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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