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대표팀의 이재진-황지만(왼쪽부터) 짝이 16일 열린 남자복식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경남 밀양 초·중·고등학교를 선후배로 같이 다니더니, 동메달이 결정되는 순간 무릎을 꿇고 상체를 뒤로 젖혀 환호하는 모습까지 똑같았다. 그런 뒤 이재진(25·밀양시청)이 황지만(24·강남구청)의 얼굴을 잡고 흔들었고, 둘은 코트에 포개지며 얼싸안았다.
둘은 지난 3월 최고권위 대회인 전영오픈 남자복식에서 준우승을 했다. 그러나 이 대회 우승을 정재성-이용대가 했고, 1992년 김문수-박주봉, 2004년 김동문-하태권을 이을 ‘황금 3세대’의 칭호도 그들에게 뺏겼다. 관심은 정재성-이용대에게 온통 쏠렸고, 둘은 무관심의 영역으로 밀려났다. 그것이 서운하지 않았냐고 묻자, 이재진은 “에이, 한두번도 아닌데요”라며 개구쟁이같은 웃음을 지었다.
16일 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 3·4위전에서 붙은 덴마크 파스케-라스무센(세계 5위)은 바로 정재성-이용대를 16강 1회전에서 누른 팀이었다. 세계 13위인 이재진-황지만은 1세트를 13-21로 쉽게 내줬으나, 2세트 21-18, 3세트 21-17로 대역전승을 거두며 구리빛 메달을 가져왔다. 도저히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날린 스매싱에도 어느샌가 라켓을 뻗어 되받아치는 둘의 끈질긴 승부에 덴마크의 라켓도 흔들렸던 것이다.
황지만은 “어머니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어요. 자궁암으로 시작해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되셨는데, 1년 반 투병생활을 하셨죠.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신 다음날 학교로 와서 전지훈련을 떠났는데 그 다음날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어요. 이런 날 어머니가 계셨으면 좋아하셨을 것 같아요”라며 눈물이 새나오지 않게 잠시 고개를 들었다. 이재진은 “지만이를 만나 복식조를 이룬 것도 복이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관심 밖에 있었던 둘은 그래도 내 옆에 이런 짝궁이 있지 않느냐며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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