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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샹이 이겨야할 13억가지 이유”

등록 2008-08-17 19:42수정 2008-08-18 10:05

허들 110m 2연패 도전
 키 189㎝ 몸무게 74㎏에, 체구만큼이나 길쭉한 얼굴을 아무렇게나 덮은 머리칼…. ‘옆집 총각’처럼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젊은이에게 13억 중국인들의 눈과 귀가 온통 쏠렸다. 18~21일 열리는 허들 110m 종목에 출전한 류샹(25)이다.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중국인 최초로 올림픽 육상 종목의 금메달을 따낸 류샹은, ‘홈 경기’인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우승하리란 기대를 한몸에 받는다. 올림픽 금메달과 아시안게임 금메달(도하·2006),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오사카·2007)과 세계기록 수립(2006) 등 지난 4년간 그가 보여준 화려한 행보 속에, 중국인들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류샹의 경기는 올림픽 개막에 앞서 실시된 중국 여론조사마다 ‘가장 보고 싶은 경기’로 꼽혀왔다. 허들 경기 입장권은 판매 개시와 함께 순식간에 동이 났고, 그 뒤로는 웃돈 거래가 성행했다. 개막 직전인 지난달 말, 허들 결승전 암표는 9000위안(약 137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원가의 10배가 넘는 가격으로, 최근 조사된 도시노동자 평균 임금이 월 2160위안인데 비추면 넉달치 월급에 맞먹는다. 농민들 수입(월 412위안)으로는 1년 벌이로도 구경 못할 경기다.

 여드름 자국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그의 얼굴은 나이키, 코카콜라, 비자카드, 암웨이, 캐딜락 등 굵직굵직한 외국기업들의 광고를 통해 중국 방방곡곡을 뒤덮었다. 중국이동통신, 이리우유 등 주요 국내기업들도 그를 광고에 내세웠다. 광고 수입을 포함한 류샹의 연소득은 1억6300만 위안(약 250억원)에 이른다고 경제전문 <포브스>는 최근 집계했다. 이 잡지는 류샹을 미국 엔비에이(NBA) 스타 야오밍에 이어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명인사로 꼽은 바 있다. 국정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올초 류샹을 전국위원으로 선출했고, 모교인 화동사범대학은 그에게 석·박사 학위를 약속했다.

 류샹에 집중된 시선과 줄지어 따라붙는 부·권력·명예가 그를 한층 부담스럽게 한다는 지적이 자연스레 나온다. 모든 중국인들이 저마다 ‘영웅’ 류샹의 승리를 기원하다 보니, <유에스투데이> 기사의 제목처럼 “류샹이 이겨야 할 이유는 13억 가지”가 된 까닭이다. 지난달 영국 일간 <타임스>는 “류샹이 패배한다면, 그 자신과 중국인들에게 재앙과 같은 결과가 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사실 류샹의 부담은 올림픽 개최국의 ‘영웅’들이라면 누구나 갖는 부담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여자 육상 400m 금메달리스트 캐시 프리먼(35)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애버리지니) 출신으로, 1994~2000년 기간 20여 차례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베테랑’이었다. 그는 최근 “(당시의) 나를 향한 관심과 기대, 부담감을 생각하면 지금도 솔직히 기분이 편치 않다”며 “나의 모든 것이 판가름나는 순간이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털어놨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그리스의 ‘영웅’은 남자 육상 200m의 코스타스 켄타리스였다. 그러나 켄타리스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개막식 전날 도핑 테스트에 나타나지 않아 실격처리됐다. 국민들은 실망과 분노를 떨치지 못했다. 그는 최근 <슈피겔> 인터뷰에서 “경기가 두려워 도망간 것이었다”며, 그 다음날 “해방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현재 류샹 본인이나 훈련진은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류샹은 강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부담감 뿐만이 아니다. 류샹은 올초 입은 다리 근육 부상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가 2년간 보유하고 있던 세계기록(12.88초)은 지난 6월 쿠바의 신예 선수가 0.01초 당기며 갈아치웠다. 그 장본인 다이론 로블레스(22·쿠바)는 베이징에서 류샹과 맞붙을 가장 유력한 경쟁상대다.

 남자 110m 허들 경기에서 선수들이 넘어야 할 장애물은 1.067m 높이의 허들 10개다. 류샹에게는 적어도 ‘부담감’이란 장애물이 하나 더 놓인 듯하다. 중국인들이 그에게 붙인 ‘페이런’(飛人)이란 별명처럼, 모든 장애물 위를 날아 넘어갈지 대륙의 온도가 후끈 달아올랐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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