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의 은퇴, 3번의 복귀'
다라 토레스(41.미국)가 뿜어내는 '아줌마의 힘'이 2008 베이징올림픽 수영(경영) 마지막날인 17일 메인수영장인 국가아쿠아틱센터(워터큐브)에서 제대로 펼쳐졌다.
불혹의 나이를 이겨내고 미국 여자 수영대표로 2008 베이징올림픽 무대에 나선 토레스는 이날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은빛으로 장식했다. 워터큐브에 운집한 1만여명의 관중은 금메달보다 값진 토레스의 은메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토레스는 이날 첫 경기인 자유형 50m 결승에서 1위 브리타 슈테펜(24초06.독일)보다 0.01초 모자란 24초07에 터치패드를 찍어 계영 400m에 이어 은메달을 하나 더 추가했다.
동메달이 1992년생인 케이트 캠벨(24초17.호주)에게 돌아갔으니 무려 25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셈이다.
이에 그치지 않았다. 토레스는 곧바로 이어진 여자 혼계영 400m 결승에서 미국 대표팀의 마지막 자유형 영자로 출전해 또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총 3개의 은메달이다. 금메달은 없었지만 나이를 고려한다면 토레스의 다섯번째 올림픽 무대는 충분히 화려했다.
토레스는 이번 대회에서 첫 은메달을 따냈을 때 이미 올림픽 수영 최고령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전에는 1908년 런던 대회 남자 평영 200m에서 38살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윌리엄 로빈슨(영국)이 최고령이었다.
그가 올림픽에 처음 도전한 것은 17살이던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였다. 계영 400m에서 우승하며 처음부터 금메달을 따냈던 토레스는 1988 서울 대회에서는 혼계영 400m 은메달, 계영 400m 동메달을 추가했고, 4년 뒤 바르셀로나에서 계영 400m 금메달을 탈환했다.
25살에 은퇴를 선언한 토레스를 모델, 스포츠 프로그램 진행자, 카레이서 등 직업을 바꿔가며 다른 삶을 살아갔지만 수영에 대한 열정을 식히지 못했다.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8년 만에 복귀를 선언한 토레스는 33살의 나이에 계영 400m와 혼계영 400m에서 2관왕에 올랐고 자유형 50m, 100m, 접영 100m에서 동메달 3개를 추가했다.
토레스는 시드니 대회 직후 다시 한번 은퇴했지만 베이징올림픽은 다시 토레스를 수영장으로 불러들였다. 이번에는 더 어려웠다. 3살짜리 아이를 기르고 있던 처지였다.
그러나 토레스는 지난달 미국대표선발전에서 자유형 50m와 100m에서 출전권을 따냈고 자동으로 계영 400m와 혼계영 400m 출전권까지 얻어냈다.
이번 대회에서 자유형 100m를 후배들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3가지 종목에만 나선 토레스는 결국 은메달 3개를 수확하며 자신의 올림픽 총 메달 수를 12개로 늘렸다.
단 0.01초 차로 은메달에 머물렀던 토레스는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에 우승을 기대했다. 그래도 상당히 기분이 좋다. 어젯밤에 손톱을 깎지 말 것 그랬다"며 농담을 던지는 여유까지 보였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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