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이 15일 베이징 워터큐브에서 열린 자유형 1500m 경기를 끝낸 뒤 기록을 확인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1500m 예선 16위 그쳐 결승진출 좌절
역시 남자 자유형 1500m의 벽은 높았다.
15일 오후 국가아쿠아틱센터(워터큐브)에서 열린 이 종목 예선. 박태환(19·단국대1)은 3조 6번 레인에 출전했으나, 15분05초55의 부진한 기록으로 4위에 그쳤다. 5조까지 출전한 전체 37명 중 16위로 처져 8명이 겨루는 결승(17일 오전)에 오르지 못했다.
세계기록(14분34초56) 보유자로 금메달 후보인 그랜트 해킷(호주)이 14분38초92의 올림픽기록을 작성하며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박태환과 같은 조에서 레이스를 펼친 라이언 코치레인(캐나다)은 14분40초84의 올림픽기록(종전 14분43초40·해킷)을 수립했으나, 불과 30분 뒤 해킷이 이 기록을 깰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왜 이렇게 부진한 성적이 나왔을까?
박태환의 최고기록은 2006년 말 도하아시아경기대회 3관왕에 오를 때 작성했던 아시아기록(14분55초03)이다. 지난해 3월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때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따냈지만, 1500m에서는 예선 9위로 밀려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기록도 15분03초62로 최고기록보다 8초 이상 느렸다. 그해 8월 일본 지바에서 프레올림픽 성격으로 열린 일본국제수영대회에서도 해킷 등에 이어 3위로 밀렸다. 기록은 14분58초43. 역시 자기기록보다 3초 이상 더뎠다.
이후 1년간 박태환은 한 번도 1500m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만큼 이 종목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번 기록은 자신의 최고기록에 10초 남짓 차이가 난다. 개인훈련을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월 말 태릉선수촌 노민상 감독에게 돌아왔을 때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단거리인 200m와 400m는 6개월여간의 강훈련으로 자신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1500m는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엄청난 지구력과 체력이 요구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경기 뒤 박태환의 오랜 스승인 노민상 감독은 “태환이가 두 달만 일찍 돌아왔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시간이 모자라 메달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400m에 초점을 맞춰 훈련을 했기 때문에 1500m를 위한 지구력 훈련은 부족했다는 것이다.
베이징/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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