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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박경모 “아버지 영전에 금 바치고 싶었는데…”

등록 2008-08-15 21:36수정 2008-08-15 21:41

박경모 아쉬운 역전패
개인전 16년만에 첫 은
꼭 33년 전 오늘, 그가 태어난 데 가장 감사하고 기뻐하던 아버지 박용하씨는 아들의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 될 장면을 지켜보지 못했다. 6남매(2남4녀)의 맏아들 박경모(33·인천 계양구청)를 든든히 지켜주던 아버지는 수년간 암투병 끝에 두 달 전 숨을 거뒀다. “세계 대회에서 올림픽 개인전만 우승을 못 했으니 꼭 다시 도전해 보라”던 아버지였다. 박경모는 그래서 더 굳게 활을 잡았다.

15일 베이징 그린양궁장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8강. 그는 마지막 한 발을 남겨놓고 96-98로 뒤졌다. 상대가 9점 이상을 쏘면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박경모마저 떨어질 위기였다. 기적처럼 스테벤스 후안 카를로스(40·쿠바)의 활이 8점에 꽂히면서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숨막힐 듯한 긴장 속에 시속 218㎞짜리 화살이 과녁을 향했다. “텐!” 동점이 됐고 연장 ‘슛오프’(한 발씩 쏴서 높은 점수가 승리) 두 번째 만에 그는 10점을 꽂아 4강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선 매 엔드마다 10점을 2개씩 꽂으며, 올림픽기록 타이인 합계 115점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결승에서도 빛나는 노장의 투혼이 발휘됐다. 상대 빅토르 루반(27·우크라이나)은 115점 두 차례, 114점 한 차례를 기록하면서 결승까지 올라온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박경모는 3발째부터 연속 5발 10점을 꽂으며 숨돌릴 기회를 주지 않고 빅토르를 몰아붙였다. 이들은 10발째까지 10점 9발, 9점 11발을 주고받는 명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박경모의 11번째 8점이 너무나 아쉬웠다. 한 점 차로 앞서가던 박경모는 마지막 두 발에서 8점, 9점을 쏘며 잇따라 한 점씩을 더 내줘 112-113, 역전패를 당했다. 그는 “즐겁게 경기를 치렀고, 아쉽지만 은메달도 소중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어질 말을 찾지 못한 채 “사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영술 대표팀 감독도 “라인에 걸친 화살이 안쪽으로 못 들어갔다. 금메달을 땄어야 했는데 아쉽고 (박경모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박경모는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앞서 따낸 단체전 금메달로 4년전 아테네 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또 1996년 오교문(동메달) 이후 메달이 없던 한국 남자 양궁에 다시 메달 물꼬를 텄다. 한국 남자 개인전 은메달은 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 정재헌 이후 16년 만이다. 그는 경기 뒤 “개인전 금메달을 아버지 영전에 바치겠다는 약속을 못 지켜서 죄송할 뿐이다. 올림픽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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