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양궁의 문형철 감독이 14일 올림픽삼림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개인전 결승에서 박성현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양궁 응원단 빠진 쓸쓸한 시상식
여기는 베이징 /
충격이 컸다. 허탈했다.
14일 여자 양궁 개인 결승전에서 박성현이 1점차로 중국 장쥐안쥐안에게 패한는 순간 한국 응원단 곳곳에선 침묵에 이어 탄식이 터져나왔다. 마지막 2발씩을 남겨 둔 상황에서도 “분명 성현이가 이길 거”라며 서로를 위로했다. 믿기지 않는 패배 앞에 ‘이게 뭐냐’는 아쉬움 섞인 수근거림이 들려 왔다. 한국 응원단은 대부분 황급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경기 시작 전부터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지만, 경기에 방해가 될까봐 어린 아이들을 비롯해 누구도 우산을 쓰지 않은 채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던 한국 응원단이었다.
비는 계속 내렸고, 한국 선수들에게 시상식은 더욱 쓸쓸했다. 어림잡아 150명 정도였던 응원단 중 30여명 정도가 남아 박성현과 윤옥희가 메달을 목에 걸고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드는 동안 박수를 쳤을 뿐이다. 중국 응원단의 압도적 응원 속에서 힘겹게 경기를 펼친 선수들이 비록 아쉽게 은메달을 따긴 했지만, 좀 더 힘을 내라고, 4년 뒤 더 잘할 수 있다고, 힘을 보태주는 유종의 미가 아쉬웠다.
이날 경기 내내 한국 선수들은 중국 응원단의 열광적인 응원과 폭우 속에서 힘겨운 경기를 펼쳤다. 수적으로 우세일 수밖에 없는 중국 관중들은 대형 오성홍기를 흔들며 ‘짜여우 중궈(중국 힘내라)’를 외쳤고, 함성과 휘파람, 호루라기 소리도 곳곳에서 들렸다. 4강전에서는 윤옥희 선수가 활시위를 당길 준비를 하는 동안 중국 관중석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몇번이나 이어져 가슴을 졸이게 했다.
분명, 중국 응원단의 행동이 아름답지는 않았다. 그러나, 결승전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 응원단에서도 ‘중국 놈들 다 밟아버려’하는 분노의 함성이 들렸고, 중국 선수가 실수를 한순간 긴 함성과 환호가 이어지기도 했다. 중국 응원단의 ‘추태’를 압도할 힘은 우리 선수들에게 더 따뜻한 위로의 박수를 보내고, 냉정하게 패인을 분석해 4년 뒤의 금메달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나올 것이다.
베이징/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베이징/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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