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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은메달 박경모 “아버지 죄송합니다”

등록 2008-08-15 20:26

"옥천에 있는 아버지 묘소에 개인전 금메달을 꼭 가져가고 싶었는데..."

박경모(33.인천계양구청)는 11일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뒤 난데없이 `옥천에 가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부친 박하용씨의 묘소에 단체전과 개인전 금메달 2개를 들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아버지와 한 약속에 대해 조용히 설명했다.

박경모에게 185㎝, 76㎏의 당당한 체격을 물려준 부친 박하용씨는 아들의 성적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이래라 저래라 말을 거들지 않았다.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에서 철도 관계 일을 한 박경모의 부친은 자주 대회에 오긴 했지만 나서는 스타일이 아니었다는 게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2001년 국가대표에 복귀한 박경모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3, 2005년 세계선수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이끌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허전함이 있었다.

피부암이 간암으로까지 번져 사경을 헤매던 아버지는 2남4녀 중 장남인 아들의 장래를 걱정했다.

정해진 짝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지난해엔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 부상을 겪으며 현역 은퇴를 고민해야 하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그렇다고 해서 은퇴 후 갈 자리가 정해진 것도 아니었다.

아들은 아버지를 안심시켜 드리고 싶었다. 결혼을 하고 코치 자리를 확정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만 그러기엔 아버지가 살아계실 날이 그리 많지 않았다. 베이징올림픽이 기회였다. "아버지 올림픽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꼭 딸게요"


하지만 아들의 금메달을 간절히 바라던 아버지는 결국 올림픽을 두 달 앞두고 6월10일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박경모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승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활을 당겼다. 하지만 아쉽게 은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경기 후 박경모는 단체전 금메달과 은메달을 쥐고도 허전한 표정이었다.

박경모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 돌아가시기 전에 바라셨던 게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었는데.."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베이징=연합뉴스) 특별취재단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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