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중국 장 쥐안쥐안
한국 선수 3명 모두 꺾어
한국 선수 3명 모두 꺾어
“오늘 승리는 혼자 한 게 아니다. 이 승리는 중국인들의 것이다.”
한국의 세계적 명궁 세 명을 잇달아 무너뜨리며 세계 정상에 선 장쥐안쥐안(27·중국)은 경기 뒤에도 자신감이 넘쳤다. 난공불락이라는 한국 여자양궁, 그것도 삼중 방벽을 무너뜨렸으니 그 기쁨이 얼마나 컸을까.
그러나 장쥐안쥐안의 정상 등극에는 불같은 의지와 노력이 있었다. 특히 2004 아테네올림픽 단체전에서 한국에 우승을 빼앗긴 뒤 한국의 마지막 한 발을 10점에 꽂아넣은 박성현을 꺾겠다는 일념에 불타온 것으로 알려졌다.
독심을 품으면 행동과 표정에서도 드러나는 법이다. 세계순위 6위의 장쥐안쥐안은 8강전 주현정과의 대결에서 한 치의 감정적 변화를 드러내지 않았다. 4강으로, 결승으로 전진할수록 활시위를 당기는 힘과 정확도가 좋아졌다. 4강 윤옥희와 대결에서는 10점 6발 등으로 올림픽 타이기록인 115점(120점 만점)을 뽑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4년간 별러온 박성현과의 맞대결에서 박성현이 마지막 세 발(4엔드)의 첫발부터 10점으로 압박해 오자, 곧바로 노란 원 안에 만점을 꽂으며 응수했다. 금메달을 결정짓는 12발째에는 박성현이 10점을 꽂았지만 흔들리지 않고 9점을 꽂아 짜릿한 한 점 차 우승을 거뒀다.
한국 여자양궁은 장쥐안쥐안과 나탈리아 발리바(이탈리아) 등을 가장 위험한 적으로 꼽고 일찌감치 대비를 해왔다. 그러나 20여년간 지켜온 올림픽 여자 개인전 석권의 신화는 베이징에서 깨졌다. 그만큼 양궁의 국제적인 실력 차가 좁혀졌다는 뜻도 된다.
장쥐안쥐안은 “한국 선수들이 모두 우수해서 대단히 어려운 경기를 했다”며 “이날을 위해 한 발씩 전진하며 힘든 전쟁을 치러왔다. 열심히 준비한 게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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