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이 14일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중국의 장쥐안쥐안에게 패한 뒤 활을 메고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성현이 14일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중국의 장쥐안쥐안에게 패한 뒤 활을 메고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http://img.hani.co.kr/imgdb/resize/2008/0815/03113352_20080815.jpg)
박성현이 14일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중국의 장쥐안쥐안에게 패한 뒤 활을 메고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장 쥐안쥐안에 109-110 패…개인전 7연패 무산
시야를 가리는 비바람이 불었다. 그 영향으로 꼬리를 흔들며 과녁을 향하던 화살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틀어졌다. 푹푹 찔 것에 대비했는데 기온이 20도로 떨어져 손까지 곱았다. “내 목표도 우승”이라던 ‘올림픽 새내기’ 주현정(26·현대모비스)은 8강에서 6점·7점을 각각 두 발씩 쏘며 떨어져나갔다. 세계순위 1위 윤옥희(23·예천군청)도 초반 7발 가운데 하나도 10점을 꽂지 못한 채 무너졌다.
박성현(25·전북도청)은 팀 동료 둘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올라온 장쥐안쥐안(27·중국)과 나란히 결승 사대에 섰다. 쉼없이 내리는 비 사이로, 박성현이 쏠 때만 중국의 극성스런 안방 응원까지 쏟아졌다. 첫 3발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며 29점을 꽂았지만, 2~3엔드에서 급격히 무너졌다. 이후 6발에서 8점을 3발이나 쏘는 사이, 상대가 10점 3발을 꽂아 뒤집힌 점수를 끝까지 만회하지 못했다.
14일 베이징 그린양궁장에 열린 양궁여자 개인결승에서 박성현이 중국의 장쥐안쥐안에게 109-110, 1점 차 뼈아픈 패배를 당해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다. 이날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한국 양궁은 1984년 엘에이(LA) 올림픽 서향순부터 20년간 이어오던 6회 연속 개인전 우승 행진을 멈췄다.
준결승에 들어서면서부터 급격히 페이스가 흔들린 게 아쉬웠다. 64강전부터 4경기 동안 2차례 이상 8점을 쏘지 않았던 박성현이었는데, 결승 4발을 포함해 준결승 이후 8점을 무려 7발이나 쐈다. 옅은 비와 초속 2. 바람의 영향이 있었다고 하지만, 똑같이 열악한 조건에서 늘 상대를 윽박질렀던 박성현이었던 걸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문형철 감독은 경기 뒤 “패배를 인정하겠다. 장쥐안쥐안이 토너먼트에 워낙 잘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선수들은 8강에서 주현정이 101점밖에 기록하지 못하며 부진했고, 준결승에서 윤옥희마저 장쥐안쥐안의 페이스에 말려 10점을 3차례밖에 기록하지 못한 채 패했다. 박성현마저 2엔드 1·2번째, 3엔드 2·3번째 화살이 잇따라 8점이 꽂히는데 곧바로 대응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선수단은 할말을 잊었다. 박성현은 “선배들이 이어왔던 업적을 잇지 못한 게 죄송하다”고 했고, 문 감독도 “부끄럽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 양궁에서 내심 4개 종목 싹쓸이를 기대했는데, 가장 확실한 메달 종목으로 여겼던 개인전에서 은·동메달에 그치면서, 메달 전략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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