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가 남자유도 100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뒤 아쉬운 표정으로 퇴장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유도 100㎏급 장성호
패자 준결승전서 분패
패자 준결승전서 분패
5분이 다 흘렀다. 땅에 엎어진 장성호(31·수원시청)가 손으로 바닥을 탁, 탁, 두 번 쳤다. 패자 준결승전. 유효 2개씩 같았으나, 효과 1개가 모자랐다. 경기 막판 방어에 급급했던 레반 조르졸리아니(그루지야)에게 심판이 지도 하나를 더 줬다면, 동메달결정전까지 오를 수 있었지만 심판은 꿈쩍하지 않았다. ‘100㎏급 사나이’ 눈에도 물기가 스며들었다. “여기 아내가 와 있는데요. 2년 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때는 결혼 1주년 선물로 금메달을 줬는데, 이번 대회 폐막식 때 아내가 생일이어서, 꼭 메달을 선물해주고 싶었거든요. 후회없이 했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해 눈물이 좀 나려고 하네요.” 개막식 때 장성호는 한국선수단을 위해 기수로 나섰다. 대회 마지막날엔 아내의 생일을 챙겨주고 싶었던 것이다.
장성호는 한국 유도 사상 첫 올림픽 3회 연속 진출한 중량급의 간판 선수다. 아시아선수권대회(2003·2004년), 2002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2004 아테네 올림픽 등에서 줄곧 2위를 해 ‘은메달 전문선수’로 불렸지만, 2006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우승하며 그 꼬리표를 뗐다. 이번 대회는 그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였고, 국내 유도계가 그의 뒤를 잇는 선수를 찾아야 할 때가 왔다는 걸 알리는 대회이기도 했다.
1회전 한판승, 2회전 지도승을 거둔 장성호는 8강에서 몽골 투브신바야르 나이단에게 뜻밖의 유효패를 당해 패자전으로 밀렸다. 8강 중반 허리후리기 한판기술이 들어갔지만, 심판은 ‘장외’를 선언했다. 장성호는 “기술이 매트 안에서 들어갔는데 …”라며 그 패배를 아쉬워했다.
14일 남자유도 100㎏급에서 공동 7위로 대회를 마친 장성호는 “더이상 올림픽엔 나오기 힘들 것 같다. 이제 후배들이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전국체전을 준비하겠다”는 그는 세 번의 올림픽 무대를 내려오면서 “일단 좀 쉬고 싶다”며 무겁게 몸을 짓누르고 있던 국가대표 도복 상의를 벗었다.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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