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펑(29)
서른 나이에 첫 금
중국 다이빙 선수 왕펑(29)은 팀에서 나이가 가장 많아 ‘라오따꺼’(큰 형님)로 불린다. 13일 다이빙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3m 플랫폼 종목에서 함께 정상에 오른 친카이는 7살이나 아래다. ‘천재’가 아니라 피나는 노력으로 끝내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라오따꺼’ 왕펑의 사연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산둥성 출신의 왕펑은 5살 때 아버지가 체력단련을 위해 체조를 시키면서 운동에 발을 들였다. 그러다 선수 선발단의 눈에 들어, 수영은 커녕 ‘개헤엄’도 못치는 실력으로 다이빙에 입문한 것이 8살 때였다. 다이빙과 수영과 잠수법을 동시에 배웠고, 그때부터 왕펑은 훈련에 몰두해 집에도 잘 돌아오지 않았다. 12살 때는 집이 어디인지를 몰라 경찰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귀가한 적도 있었다.
이제는 왕펑도 실력을 인정받아 일류 선수라는 소리를 듣게 됐다. 시간이 흘러 ‘노장 중의 노장’이란 호칭도 붙었다. 그러나 이전까지 빛에 가렸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중국 다이빙팀은 천재 선수들, 전설적 선수들이 가득한 드림팀이다. 그 속에서 왕펑은 한번도 ‘스타 선수’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4년 전 아테네올림픽 3m 플랫폼 경기의 우승자는 같은 팀의 펑보였고, 왕펑은 4위에 그쳤다.
이후 왕펑은 주 종목을 싱크로나이즈드로 바꿔 친카이와 함께 맹연습에 나섰고, 4년이 지나 베이징올림픽에서 결국 세계 정상에 올랐다. 22년 가까운 다이빙 인생에서 그가 따낸 메달 수는 99개. 올림픽 금메달이 화룡점정처럼 100개를 채워줬지만, 아직 배가 고프다.
“아직 은퇴는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다음 올림픽에도 참가하고 싶네요.”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사진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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