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양궁의 박성현이 14일 열린 16강전에서 활을 쏘고 있다. 박성현은 이 경기에서 115점을 쏴 올림픽신기록을 세웠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임동현·박경모·이창환 “첫 금 기필코 내가 명중시킬 것”
여자 양궁의 빛에 가려 있지만, 한국 남자 양궁은 전체 10종목(개인·단체) 세계 기록을 모두 보유하고 있을 만큼 강하다. 올림픽에서도 단체전 최근 3회 연속 금메달 4개를 따냈다. 하지만 유독 개인전에선 은메달 둘, 동메달 하나로 맥을 추지 못했다. 이제 24년간 묵은 한을 풀 때가 왔다.
베이징올림픽 양궁 엘리미네이션라운드(본선)에서 세 명의 선수가 나란히 16강에 안착한 한국은 15일 사상 첫 개인전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들 셋은 “단체전 메달을 딴 뒤라 개인전이 훨씬 마음 편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22살의 나이에 벌써 올림픽 2관왕(아테네·베이징 단체전)이 된 임동현(한국체대)은 “이제 남자도 딸 때가 됐다. 이번엔 내가 꼭 개인전 금메달을 따 보이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베이징 입성을 앞두고 줄곧 써오던 부러진 활을 교체했는데도 동요하지 않고 단체전에서 제 몫을 해줬다. 장영술 대표팀 감독조차 “엄청난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개인전 32강에서 12발 중 8발을 10점에 꽂으며 슈팅 감각을 절정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에 개인전을 따낼 경우 △2005년 아시아선수권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를 포함해 개인·단체전을 싹쓸이하는 초유의 ‘더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임동현의 4강 길목에 팀의 맏형 박경모(33·인천계양구청)가 버티고 있다. 박경모는 임동현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인 1993년 히로시마 국제양궁대회에서 첫 금메달을 딴 뒤 개인 프로필의 ‘경기실적’난이 부족할 만큼 많은 국제대회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32강 쿠쳉웨이(대만)와의 경기에선 특유의 침착함과 노련미를 과시하며, 1점차를 이끌어내 노장의 관록을 과시했다. 박경모는 “첫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따고 24년 선수생활을 끝내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창환(26·두산중공업)은 첫 올림픽에서 ‘대형 사고’를 치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창환은 단체전 결승에서 초반 4발 연속 10점을 뽑아내며 물오른 기량을 보였다. 팀이 역전패 위기에 몰렸던 23발째 동점 10점짜리까지 꽂으며 ‘올림픽 새내기’답지 않은 대담함도 보여줬다. 기세를 살려 개인전 32강에선 올림픽 기록을 쐈다. “첫번째 엔드 3발을 쏜 다음 이길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할 정도로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그는 “단체전을 치르면서 베이징의 날씨와 바람 방향을 알았다”며 개인전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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