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혁이 13일 열린 남자역도 77㎏급 용상 2차 시기에서 몸무게의 두 배를 훨씬 넘는 203㎏을 들어 올리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남 역도 77㎏급, 인상·용상 합계 366㎏
경쟁자 리홍리 보다 450g 가벼워 ‘환호’
경쟁자 리홍리 보다 450g 가벼워 ‘환호’
대반전이 시작됐다. 인상에서 5㎏ 뒤졌던 사재혁(23·강원도청)이 용상 두번째 시기에 2위 리홍리(28·중국)보다 5㎏이나 많은 203㎏를 얹었다. 사재혁은 “기구와 내가 하나될 때 210㎏(용상 세계기록)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할 것이다”는 ‘믿음’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조심스럽게 역기를 매만지던 그의 손이 바를 굳게 맞쥐었다. 그리고 금메달이 번쩍 추켜올려졌다. 경쟁자 리홍리보다 몸무게가 450g 가벼운 사재혁이 단숨에 금메달을 거머쥐는 순간이었다.
‘싸군’ 사재혁이 13일 베이징 항공항천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역도 77㎏급 결승에서 합계 366㎏(인상 163㎏·용상 203㎏)으로 한국에 천금 같은 베이징 올림픽 역도 첫 금메달을 안겼다.
사재혁의 메달은 대회를 앞두고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이반 스토이초프(23·불가리아)가 도핑 파문으로 올림픽 불참이 결정되면서부터 기대돼 왔다. 하지만 국가대표 경력이 1년7개월에 불과한 사재혁에게 지난해 아시안챔피언십에서 합계 16㎏을 더 들어 올린 경쟁자 리홍리도 버거워 보였다.
치열하게는 몸무게 450g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게 역도다. 싸움닭 기질의 승부사로 꼽혀온 사재혁이지만 이날만큼은 정밀한 머리싸움을 곁들였다. 사재혁은 인상에서 중국의 리홍리에게 5㎏을 양보한 채 시작했다. 그리고 주종목 용상에서 승부를 걸었다. 1차 시기에 사재혁은 일찌감치 용상을 마친 리홍리의 최종무게보다 8㎏ 많은 201㎏을 성공시키며 상대를 압박했다. 이내 사재혁은 2차 시기에 2㎏을 더 얹더니 번쩍 금메달을 추켜올렸다. 남은 한차례 기회는 세계신기록에 도전하는 ‘보너스 기회’였다. 용상과 합계 세계신기록에 해당하는 211㎏을 얹었다가 떨어뜨렸지만 사재혁은 16년 만에 따낸 한국의 역도 금메달을 자축했다. 한국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 전병관(39·현 여자대표팀 상비군 감독) 이후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또 하루 전 안타깝게 실격패한 대표팀 맏형 이배영(29·경북개발공사)의 아쉬움도 함께 달랬다.
사재혁과 나란히 같은 체급에 출전한 김광훈(26·국군체육부대)도 용상에서 사재혁에 이어 두번째 많은 200㎏을 들어 올리며 합계 355㎏ 기록으로 선전했지만 4위에 그쳤다. 이날 사재혁이 금메달을 보탠 역도는 여자부 윤진희의 은메달에 이어 이번 주말 장미란까지 메달을 추가할 경우 한국대표팀의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몸무게 450g이 가른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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