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감독(55)
축구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얘기하지만, 한국에도 히딩크만 한 감독은 있었다. 바로 필드하키의 김상열 감독(55)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척박한 한국 남자하키에 사상 첫 은메달을 안긴 명감독. 그러나 2004년 중국 남자하키 대표팀 사령탑으로 옮겨간 뒤 잊혀졌다.
그가 13일 베이징 올림픽 그린하키 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A조 리그경기에서 한국팀과 ‘운명의 장난’처럼 만났다. 결과는 김 감독의 중국팀이 2-5로 패배.
중국 당국이 베이징 올림픽 메달을 위해 김 감독을 영입하면서 그야말로 하키 ‘변방’이었던 중국은 아시아의 강호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김상열 감독의 중국은 과거 김 감독이 키워놓은 한국팀의 노장 선수들과 새롭게 합류한 젊은 피의 패기에 눌렸다. 한국팀의 핵심인 김용배, 서종호, 여운곤은 김 감독이 키운 선수들이다.
김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다소 멋쩍은 상황을 맞았다. 중국 기자가 “한국이 이겨서 좋은 것 아니냐”라고 질문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김 감독은 “실망스런 결과다. 나는 한국인이지만 엄연히 중국의 감독”이라고 받아넘겼다.
김 감독은 항상 전략적으로 움직인다. 선수들에게 매우 혹독하게 주문하고 채찍질한다. 2골을 먼저 넣었다가 역전당한 이날 경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밝혔다. 동시에 “난 중국 감독”이라고 강조했다. 모두 남은 경기에 대비해 선수들을 더 정신적으로 단단히 무장시키려는 포석이다. 중국은 A조 첫 경기에서 독일에 져 2패가 돼 4강 진출이 어려워졌다.
조성준(47) 감독의 한국은 A조 첫 경기에서 뉴질랜드에 졌지만 중국전 승리로 희망을 갖게 됐다. 한국과 중국 하키의 엇갈린 명암 아래서 김상열 감독은 15일 스페인전을 준비하기 위해 장고에 들어갔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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