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여자사격팀의 군데그마 오트리아드(오른쪽)가 13일 몽골의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으로 독일로 귀화한 뭉크바야르 도르주렌과 나란히 총을 겨누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여자 25m 결선서 군데그마 ‘은’ 뭉크바야르 ‘동’
25m 권총 결선 사격이 끝나자 몽골의 군데그마 오트리아드(30)와 독일의 뭉크바야르 도르주렌(39)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눴다.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이었다.
군데그마는 본선에서 완사(291점)와 급사(299점) 합계 590점의 올림픽 타이기록으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라 몽골 사상 첫 금메달 주인공으로 관심을 모았다. 6년 전 몽골에서 독일로 귀화한 뭉크바야르는 군데그마에 3점 뒤진 2위의 기록으로 역시 결선에 올라 나란히 1번과 2번 사선에 섰다.
그런데 선두를 달리던 군데그마에게 예상치 못한 총기사고가 일어났다. 세 번째 시리즈 첫 발에서 9.0점(10.9점 만점)을 쏜 뒤 격발사고가 생겼다. 결국 군데그마는 나머지 4발을 혼자 쏘며 시리즈를 마감했지만, 총기 불량 탓에 그만 가장 낮은 49.0점을 기록했다.
이때 관중석에선 함성이 터져나왔다. 1위를 달리던 군데그마가 2위로 내려앉았고, 맹추격을 벌이던 중국의 첸잉이 선두로 올라섰기 때문이었다. 결국 마지막 시리즈(5발)에서 51.0의 가장 좋은 점수를 쐈지만 앞선 실수를 돌이킬 수는 없었다. 군데그마는 은메달, 뭉크바야르는 동메달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꼭 껴안아주며 따뜻한 동포애를 과시했다.
9살이나 위인 뭉크바야르는 몽골 사격의 선구자였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몽골 국기를 달고 출전해 몽골 올림픽 사상 사격 첫 동메달을 수확했다. 16년 만에 국적을 바꿔 다시 동메달을 목에 건 뭉크바야르, 그리고 그 전통을 이어 이날 올림픽 타이기록으로 은메달을 딴 군데그마로 인해 몽골 사격은 국제무대 전면에 부각됐다. 중국의 첸잉은 본선 3위의 기록으로 결선에 오른 뒤 놀라운 집중력으로 올림픽 기록(793.4점)을 쏘며 중국에 세 번째 사격 금메달을 선사했다.
베이징/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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