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서’ 입고 기록경신
“기술적 약물복용” 비판
“기술적 약물복용” 비판
지난 11일 4x200m 자유형 릴레이에서 마이클 펠프스(23·미국)를 비롯한 미국팀이 세계 신기록을 무려 4초 가까이 앞당기며 금메달을 가져가자 독일 수영 코치 오르얀 마드센은 이렇게 말했다. “세계 기록을 3초 이상 줄인다는 것은 세계 최고스타 4명이 선수로 나서 모두 최고의 기량을 보였을 때나 나올 법한 일이다.” 미국 선수들은 모두 영국의 스포츠의류 제조업체 스피도의 새 수영복 ‘레이저 레이서’를 입고 경기에 출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올림픽 수영의 놀라운 기록 경신이 인간의 능력 향상보다는 수영복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12일 전했다. 이번 올림픽에선 첫 사흘 동안 이미 세계 신기록이 8번 뒤바뀌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전체 신기록을 따라잡았다. 다수의 기록은 레이서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달성한 것이고, 기록갱신의 폭도 컸다.
스피도 경쟁사의 수영복을 입고 출전한 이탈리아팀의 수영 코치 알베르토 카스타냐티는 새 수영복에 대해 ‘기술적인 약물복용’이라고 비판했다. 몇몇 수영 관계자들은 새 수영복이 선수의 부력을 돕기 때문에 국제수영연맹(FINA)의 수영복에 대한 제한 규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새 수영복이 선수의 기량을 최대 2%까지 향상시키는데, 이와 같은 경기력 향상을 배제하고 보면 여러 금메달의 주인이 바뀌리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록의 단축은 선수층의 확대, 훈련법의 향상 등 기술과 함께 이뤄지는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레이서 수영복을 입고 세계 신기록을 세운 짐바브웨의 커스티 커번트리 선수는 “스포츠는 기술과 함께 가는 것”이며 “이 수영복은 나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준다”고 말했다. 미국 수영팀의 스포츠과학 책임자 제너디주스 소컬로버스는 “70, 80, 90년대와 현재의 기록을 분석해서 수영복, 기술, 훈련 가운데 무엇이 기록 단축을 가져왔는지 구분하기 어렵다”며 “어떤 종목에도 기술이 스포츠에 개입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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