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 말 잘못 들은 미국 선수
‘거꾸로 플레이’ 어이없는 패배
‘거꾸로 플레이’ 어이없는 패배
“움직여, 움직여.” 러쉬 워렌(21·미국)은 지시대로 링 주위를 맴돌았다. 마지막 4라운드 1분여를 남기고 들려온 지시는 이제 점수를 지키라는 것이었다. 그는 상대 이옥성(27·한국)에게 주먹을 날리는 척하며 시간을 끌었다.
하지만 링 바깥에 앉아있던 댄 캠벨 미국 권투 대표팀 감독의 안색은 파래졌다. 눈앞의 워런은 지고 있는데도 공격을 하지 않았다. 1분이 아쉬울 때 오히려 상대를 피하고 있었다. 캠벨 감독은 “주먹을 뻗어”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마지막 4라운드의 종은 울렸다. 종료 직전에서야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워런은 경기가 끝나자 헤드기어를 링 바닥에 내던졌다. 그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심판이 이옥성의 팔을 드는 것을 쳐다봤다.
캠벨 감독은 경기 뒤 “워런이 누군가 스탠드에서 자신에게 움직이라고 (피하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통신이 전했다. 워런도 “코치가 지시한대로 열심히 싸웠기 때문에 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12일 베이징 노동자체육관에서 열린 권투 51㎏ 라이트플라이급에 출전한 미국의 금메달 유망주 워런은 어처구니없는 경기를 한 끝에 이옥성에게 8-9로 졌다. 워런은 2007년 세계선수권 우승자였다. 그는 어머니에게 금메달을 바치기 위해 돈이 보장된 프로복싱 진출도 마다하고 4년을 준비했지만 허사였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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