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베찰리, 토레스, 료코, 계순희
베찰리 “아들에 줄 메달 생겨”
41살 토레스 “물은 나이 몰라”
료코·계순희는 ‘아, 옛날이여’
41살 토레스 “물은 나이 몰라”
료코·계순희는 ‘아, 옛날이여’
베찰리, 토레스는 웃었지만 계순희, 다니 료코는 울었다. 베이징올림픽 기록판에는 세계적인 ‘아줌마 선수’들의 희비 쌍곡선이 그려졌다.
발렌티나 베찰리(이탈리아·34)는 11일 펜싱 플뢰레 개인전 결승전에서 남현희를 상대로 극적인 재역전승을 이끌어내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빠른 스피드와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펜싱에서 30대 중반은 환갑의 나이지만, 베찰리는 노련한 경기운용과 체력안배로 세계 최강의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베찰리는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세살짜리 아들이 메달을 따오라고 했지만 아들은 아직 메달 색깔을 구분할 줄 모르는 것 같다”며 “어쨌든 아들에게 메달을 가져다주게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 불혹의 나이를 잊고 8년 만에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의 다라 토레스(41)도 400m 계영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내고 환호했다. 두살 난 딸을 둔 토레스는 “수영장 물은 선수 나이를 알지 못한다”는 ‘명언’도 남겼다.
그러나 여자 유도 48㎏급에서 올림픽 3연패를 노렸던 일본의 유도영웅 다니 료코(33)는 동메달에 그쳤다. 두살배기 아들을 둔 료코는 “평범한 주부로 돌아가겠다”며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다니 료코를 꺾고 세계 유도계에 혜성같이 등장했던 계순희(29)는 네 번째 출전한 이번 올림픽에서는 빈손으로 짐을 싸야 했다. 계순희는 2년 전 결혼한 뒤 57㎏급에서 세계선수권을 잇달아 석권해 이번 올림픽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16강전에서 무명의 프랑스 선수에게 맥없이 무너져버렸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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