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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승 사나이’ 최민호 “사인공세에 금메달 실감”

등록 2008-08-13 11:54수정 2008-08-13 12:27

최민호가 12일 밤 중국 베이징 한 식당에서 남자유도 60kg급에서 우승하고 받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들어보이고 있다. 옆에 있던 소속팀 마사회유도단 이경근 감독이 “금메달을 잃어버리면 큰 일 난다”며 신신당부를 하기도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경근 감독도 금메달과 훈장을 잃어버려 100만원을 들여 금메달을 다시 제작했다가 되찾은 경험을 갖고 있다. 송호진 기자
최민호가 12일 밤 중국 베이징 한 식당에서 남자유도 60kg급에서 우승하고 받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들어보이고 있다. 옆에 있던 소속팀 마사회유도단 이경근 감독이 “금메달을 잃어버리면 큰 일 난다”며 신신당부를 하기도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경근 감독도 금메달과 훈장을 잃어버려 100만원을 들여 금메달을 다시 제작했다가 되찾은 경험을 갖고 있다. 송호진 기자
한인 식당서 금메달 ‘자랑’…아테네 동메달땐 ‘상실감’
가만히 앉아있기가 힘들었다. “정말 멋있었어요. 야, 5번 연속 한판승!” “옆 식당에 있다가 최 선수가 이곳에 떴다는 얘기듣고 달려왔습니다.” “와, 손 좀 한번 잡아볼게요.” “한번 안아주세요. 영광이예요.”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사인 종이를 내밀고, 아예 옷에 사인을 해달라고 등을 갖다대는 이들로 식당 안은 갑자기 북적였다. 최민호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다가 빠짐없이 그 종이에 사인을 해주고, 어린 아이들의 어깨를 감싸며 기념촬영도 해줬다. 중학생쯤 보이는 아이와 포즈를 취했는데, 아이와 최민호(1m63)의 키가 그렇게 차이가 나 보이지 않았다. 최민호는 “이제야 조금 금메달 딴 게 실감난다”고 했다. 4년 전,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얻고 왔을 때와의 반응과는 전혀 딴판인 것이다. 최민호는 당시를 떠올리며, “난 동메달도 좋았는데, 와보니 주변의 대우는 그런 게 아니었어요. 메달리스트들과 행사에 가도 뒤에서 처량하게 서있거나 그랬으니까요”라고 했다. 3년 반을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준비했던 아테네올림픽이었지만, 3등을 잘 기억해주지 않았던 분위기에 최민호도 적잖이 상실감에 빠졌던 것이다.

남자유도 81㎏급 김재범이 은메달을 목에 건 12일 밤, 교민들이 많이 사는 중국 베이징 왕징의 한인식당에서 최민호와 마주앉았다. 최민호를 보기위해 사람들이 몰려왔고, 옆 가게에선 직접 만든 하우스 흑맥주를 내오기도 했다. 경기가 끝났지만 최민호는 그 술을 마시지 못했다. “올림픽 폐막 전까지 갑자기 불러 도핑을 할 수도 있대요. 그때까지는 조심해야 하거든요. 한국 가면 술 한잔 해야죠.”

최민호가 남자유도 60kg급에서 우승하고 받은 금메달 앞면. 송호진 기자
최민호가 남자유도 60kg급에서 우승하고 받은 금메달 앞면. 송호진 기자

물잔을 집어올리는 최민호의 두툼한 팔뚝은 돌을 집어넣은 듯 단단했다. 최민호의 소속팀 마사회유도단 이경근 감독(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은 “이번에 민호가 바닥에 엎어져 몸을 웅크리고 있는 선수를 들어올려 뒤집어서 한판승으로 이기기도 했는데, 나도 수많은 경기를 봤지만 그런걸 거의 보지 못했다. 사실 사람 몸이 얼마나 무겁냐. 뽑아 드는 힘은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했다.

낮 12시 예선부터 오후 7시30분 결승까지, 경기가 열리는 ‘단 하루, 7시간30분간’을 위해 4년을 기다렸던 그는 힘든 훈련의 보상이 금메달이어서인지 얼굴색이 꽤 좋아보였다. “지금은 체중감량 부담이 없어서 체중도 늘었거든요. 지금은 67㎏ 정도 나가요.” 최민호의 체급은 60㎏. 경기를 한 지 3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새 7㎏이 불어난 것이다. “급격이 뺀 체중은 경기 후 음식을 또 먹으면 금방 원래 체중으로 돌아오거든요.” 최민호가 지난 6일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 체중이 64~65㎏ 정도였다. 경기 사흘 앞두고 4~5㎏을 빼는 것이다.

4년 전 동메달 때와는 달리 최민호는 이번에 대통령 축전과 전화도 받았다. “경기 끝나고 대통령께서 전화를 해오셨어요. ‘국민들이 힘들 때 힘을 주어서 고맙다. 계속 3등만 해오다가 금메달을 따서 축하한다’고 하시는데, 전 계속 얼떨떨해서 ‘예, 예’ 하기만 했어요.”

자신의 경기도 끝났고, 유도대표팀의 경기가 15일이면 모두 종료되지만, 그런 뒤에도 최민호는 유도팀과 귀국을 할 수 없다. 메달리스트들은 폐막식에 참가한 뒤 태극기를 앞세워 한꺼번에 인천공항에 들어오는 세리머니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빨리 한국에 가 부모님을 뵙고 싶다”는 최민호는 “남은 선수들 응원도 하고, 여기 오기 전 드라마 일지매를 컴퓨터에 다운받아왔는데 그거 보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했다. 최민호는 “돌아가기 전에 만리장성도 보고 싶다”고 했다.


5경기 연속 한판승으로 3등 전문선수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최민호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광고로 이어가기 위한 섭외도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경근 감독은 “한 은행에서 최민호의 광고모델 제의를 해온 상태”라고 했다.

최민호는 여기에 소속팀 마사회가 주는 2억원의 별도 포상금도 받는다. 최민호는 “고생하신 부모님을 위해 집을 한채 마련해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66㎏으로 한 체급 올릴 최민호는 “60㎏급이지만 66㎏급이나 73㎏급 선수들과도 잡아보며 훈련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이면 나이가 33살이 되지만, 체급을 달리해 올림픽 2연패를 노리고 싶다고 했다. 유도 사상 올림픽 2연패는 1984년 LA올림픽·1985년 세계선수권·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우승 등 화려한 성적을 남긴 안병근 대표팀 감독도, 한국 유도 사상 첫 세계선수권 3연패를 차지한 전기영 대표팀 코치도, 유도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도 가보지 못한 길이다. 쉽지 않은 그 길을 “운동하며 지쳐 쓰러져도 행복했다”던 최민호가 한번 가보겠다는 것이다.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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