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용상 1차시기에서 왼발에 쥐가 나며 부상을 당한 이배영이 2차에서도 실패한 뒤, 마지막 3차 시기에서도 역기를 들어올리지 못하며 바닥에 주저앉고 있다. 베이징/AP연합
역도 69㎏급 발목부상 불구 포기 안해 박수받아
‘미스터 스마일’ 이배영(29·경북개발공사)은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 같다”며 준비해온 올림픽이었다. 155㎏을 들어 2위로 인상을 마쳤지만, 용상 1차 시기에서 역기를 들어 올리는 순간 쥐가 나면서 왼발목이 꺾인 채 쓰러졌다. 상태를 살핀 뒤 곧바로 일어났다. 손을 흔들어 오히려 관중들의 걱정도 달랬다.
하지만 이 부상으로 이배영은 2, 3차 시기에 역기를 들지 못했다. 바늘로 수없이 종아리를 찌른 뒤 나선 2차 땐 역기를 무릎에도 얹지 못한 채 하체가 무너졌다. 대기실에서 의료진들과 상의를 하는 사이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이배영은 다시 역기 앞으로 나왔다. 그는 “남은 기회를 포기하면, 내 자신을 포기하는 것 같았다. 죽어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오른발, 왼발을 세차게 굴러봤다. 이미 역기를 들어올릴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니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관중들의 응원 소리가 커지자 이배영은 머리 위로 손을 들어 같이 박수를 치며 역기를 잡았다.
몸이 으스러지는 듯 역기를 어깨까지 들어 올렸지만, 곧바로 두 무릎이 바닥에 꿇렸다. 이배영은 역기를 손에서 놓아주지 않았다. 앞으로 굴러가려는 역기를 쥐고 쓰러져 누운 이배영을 향해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짜요우! 짜요우!”를 외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배영이 12일 베이징 항공항천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역도 남자부 69㎏에서 용상 3차례 기회를 모두 실패하면서 실격 처리됐다.
이배영은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중국의 스즈융(28), 리아오후이(21)를 상대로 은메달을 노리는 작전을 펼쳤다. 인상을 리아오후이에 3㎏ 뒤진 2위로 마쳐 가능성도 충분했다. 하지만 이배영은 용상 첫번째 기회에서 뜻밖의 부상을 당하면서 아테네에 이어 올림픽 2회 연속 은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경기 뒤 이배영은 “이제 국제대회는 마감해야 할 것 같다. 성적은 최하위지만 이게 꼴등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것도 멋진 경험이었다”며 표정을 다시 밝게 했다.
같은 종목에 출전한 북한 김철진(30)은 용상에서 1, 2차 시기를 실패한 뒤 마지막 기회에서 180㎏를 들어 올리는 투혼을 발휘하며 합계 326㎏으로 6위를 차지했다.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이배영이 용상 1차시기에서 185㎏ 역기를 들어올리는 순간 왼발에 쥐가 나며 부상을 당하자 한국 코칭스태프들이 올라와 살펴보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베이징/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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