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춘이 11일 베이징 과학기술대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73㎏급 결승에서 엘누르 맘마들리(아제르바이잔)에게 한판으로 패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8강전서 갈비뼈 연골 떨어져나가
주치의 “경기하기 어려웠던 상황”
주치의 “경기하기 어려웠던 상황”
그렇게 쉽게 한판패로 넘어갈 왕기춘(20·용인대)이 아니었다. 상대는 왕기춘이 지난해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연장까지 맞붙어 다리잡아메치기 효과로 눕혔던 선수였다.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를 세계정상에 올려놓은 ‘빗당겨치기’에도 버텼던 왕기춘이었다. 그러나 경기는 13초 만에 끝났고, 매트에 쓰러진 선수는 “지구에서 1위를 하면 얼마나 신나겠어요”라던 왕기춘이었다.
대표팀 주치의 박진영 정형외과 박사는 “사실 경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고 했다. 8강전에서 갈비뼈를 다쳤지만, 4강전을 견뎌냈고, 갈비뼈쪽 가슴에 테이핑까지 하고 고통을 참아가며 뛴 결승전을 두고 한 얘기다.
경기 다음날인 12일 남자유도 81㎏급이 열린 유도장에서 왕기춘을 만났다. ‘국내에서 경기를 본 국민들이 큰 감동을 느끼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해주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그렇게 허무하게 경기에서 져서…”라며 또 아쉬워했다. 왕기춘은 이날 오전 정밀검사를 받았다.
결과를 물었더니, “갈비뼈 10번쪽 연골이 떨어져 나가면서 뼛조각도 같이 떨어져 나갔대요”라고 했다. 뼛조각을 안고 결승을 치른 것이다. 몸을 좌우로 움직이면 여전히 통증이 있냐고 했더니, “그렇게 움직이지도 못 한다”고 했다. 왕기춘은 결승전 때처럼 몸의 움직임을 고정시키는 복대를 차고 있었다.
박진영 박사는 “뼛조각이 폐를 찔러 구멍이 뚫리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며 “뼈가 고정되는데 6주, 재활에 3개월, 경기에 나오는데 6개월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왕기춘은 ‘하루라도 빨리 국내로 돌아가 치료를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엔, “그래도 뼛조각이 자리를 잘 잡았다고 한다. 심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괜찮으니까 유도선수단과 같이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왕기춘은 이날 경기에 나선 김재범(23·한국마사회)을 응원하기 위해 관중석으로 향했다.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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