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유도의 김경옥은 귀가 붓고 피가 터져도 메달을 향해 아픈 줄도 모르고 싸웠다. 5위로 마쳐 기억해주는 사람은 없지만 내일이 있기에 표정은 밝다.
여자유도 김경옥 패자전서 부상…얼음찜질 투혼
꼼장어 식당하는 어머니 “와 우는데? 니 잘했다”
꼼장어 식당하는 어머니 “와 우는데? 니 잘했다”
국내에 중계되지 않았고, 그의 경기 소식은 ‘탈락’으로 정리됐으며, 그는 경기가 남은 언니, 동생들을 챙겨주며 조용한 귀국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왼쪽 귀에 두툼한 반창고가 붙어있었다. “귀가 왜 그러죠?”라는 말에 김경옥(25·하이원·사진)은 손으로 귀를 가리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패자전 할 때 스페인 선수가 손으로 귀를 때렸어요. ‘팍’ 소리가 났는데, 순간 귀가 붓는 느낌이 들었어요. 몸에 혹이 하나 더 생기는 그런 느낌이요.”
“굉장히 아팠는데, 그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는 그는 통증을 잠시 잊고, 이 경기를 누르기 한판으로 이겼다. “귀가 레슬링 선수 귀처럼 부어올랐어요. 귀에 얼음을 대고, 다시 10분인가, 15분 후에 바로 경기에 나갔죠.”
일본 나카무라와의 동메달결정전이었다. 지난 10일 열린 여자유도 52㎏급 8강에서 진 뒤 패자전으로 밀려나 2연승을 해 올라온 경기였다. 경기 도중 귀가 눌리는 아픔을 참았지만, 어깨누르기 한판패를 당했다. 금, 은, 동메달 2명, 그리고 5등 자리가 김경옥의 것이 됐다.
“끝나고 선수촌으로 와서 귀에 뭉친 피를 뽑았어요. 주사기 2개 분량 피가 나왔는데, ‘훈련이 힘들었는데, 이젠 끝났구나, 또 아쉬운 시합을 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경기를 꼼장어 식당 주인 부모님이 현장에서 지켜봤다. 아버지가 부산에서 공장을 운영했다가 집까지 잃는 부도를 맞아 김경옥은 초등학교 시절, 바닥부터 다시 준비하던 부모님과 떨어지내기도 했다.
“경기 끝나고 어머니께 전화를 했어요. 우실 줄 알고 내가 먼저 울면서 전화했더니, 오히려 웃으시면서 ‘와, 우는데? 니 잘했다. 우리 딸 최선 다했다. 서른에 올림픽 한번 더 하면 되지.’ 그러시는 거예요.”
김경옥은 “남자유도와 비교되니까 여자선수 모두 더 훈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해왔다”며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소속팀 국제대회 등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피를 잔뜩 뺐으나,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5등의 귀’의 붓기는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
베이징/글·사진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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