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오·김정수 대회 때마다 간발차로 웃고울어
두 사람이 국제대회에서 만난 횟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종목이 10m 권총(공기)과 50m 권총(화약)으로 같기에 더 그렇다. 실력도 거의 백중세여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늘 ‘아우’ 진종오(29)가 ‘형’ 김정수(31)에 한발 앞섰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두 차례나 그랬다. 지난 9일 10m 권총에선 진종오가 은메달, 김정수가 동메달을 땄다. 그날도 둘이서 나란히 584점을 쏴 팡웨이(중국·586점)에 2점 뒤진 채 결선에 올랐다. 12일 열린 50m 권총에서도 둘이 똑같이 563점을 쏴 팡웨이에 뒤진 채 결승에 올랐다. 그런데 최종 결과는 진종오가 0.2점 차로 앞서 김정수를 은메달에 머물게 했다. 특히 마지막 격발에서 진종오는 8.2점으로 부진했는데도, 2.3점이나 더 높은 10.5점을 쏜 김정수는 아쉽게도 금메달을 놓쳤다.
“고저, 악을 쓰고라도 금메달을 따려고 했습니다. 그 자체 말고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습니다.” 김정수의 은메달 소감이다. 4년 전 아테네에서도 50m 권총에서 진종오가 은메달, 김정수는 동메달을 땄다. 2007년 쿠웨이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50m 권총에서도 역시 결과는 같았다.
당시 우승은 이날 동메달을 딴 탄종량(중국)이었는데, 진종오가 2위, 김정수는 3위를 했다. 둘의 성적은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인데도, 진종오가 늘 앞서는 것이 사람들에겐 흥미로운 얘깃거리가 됐다.
진종오는 “정수 형은 사실 국제대회에서 많이 만나 얘기도 나누고 친하게 지낸다”며 “실력도 좋고,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사격 선수”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는 “가깝게 지내는 형같은 느낌이 들어 편하게 대하다 보니 자주 이기는 것 같다”고 했다.
어쨌든, 사격 대회 첫날 중국에 10m 권총 금메달을 내줬던 남북의 간판 권총사수는 이번엔 둘이 합작해 중국을 3위로 밀어내고,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차지했다. 베이징/권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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