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셔.
우는 최민호 달랜 루드비히 파이셔에 한국 네티즌 찬사
부상 이긴 윤진희·41살 노장 미 토레스 ‘금보다 값진 은’
부상 이긴 윤진희·41살 노장 미 토레스 ‘금보다 값진 은’
“딱지치기 당했지만 그는 진정 훈남!”
지난 9일 벌어진 베이징올림픽 유도 60kg급 결승전. 최민호가 상대선수인 루드비히 파이셔(27·오스트리아)의 다리를 잡아 메쳤다. 이른바 ‘딱지치기’ 기술이라고 불린 완전한 한판이었다. 최민호는 금메달이 확정된 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바닥에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 심판이 다가가도 일어나지 않고 울던 최민호의 어깨를 짚고 일으켜 달랜 이는 패배한 파이셔였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최민호를 일으켜 안았다.
파이셔 역시 금메달 유망주였다. 올해 유럽선수권대회 60kg급 우승자이자 세계랭킹 1위로, 파리오픈 유도대회에서 이미 최민호를 꺾은 경험도 있다. 하지만, 파이셔는 패배를 깨끗하게 승복하고 승자에게 축하를 건넸다. 최민호의 승리 판정이 나자 최민호의 손을 맞잡고 관중석 쪽으로 손을 번쩍 들어올리기까지 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파이셔는 국내 인터넷 포털에서 순식간에 인기검색어 1위에 올랐다. ‘훈남(보고 있으면 훈훈해지는 남자)’ ‘간지남(멋진 남자)’ 등의 별칭이 붙기도 했다. 인터넷에서는 파이셔의 홈페이지 주소(http://www.paischer.com)를 공유하면서 “최민호 금만큼 파이셔의 올림픽 정신이 빛났다”(아이디 사니조아), “승자의 손을 드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 극강 매너였다”(아이디 하늘왕자) 등의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다.
왕기춘의 은메달, "힘내라 기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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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역도 53kg급 윤진희(22)는 고질적인 왼쪽 무릎부상으로 은메달에 그쳤지만 금메달보다 더 환하게 웃었다. 결선에서 세운 합계 213kg는 지난 4월 자신이 세운 한국신기록인 222kg에 한참 모자라는 기록이었다. 도핑테스트를 대비하려고 진통제 처방도 자제하며 준비한 올림픽이었다. 지난 4월에는 은사인 김동희 대표팀 코치가 세상을 뜨기도 했다. 고교 시절 그를 홀로 키운 할머니가 세상을 뜬 뒤 외톨이나 다름없던 그를 지금의 자리로 이끈 은인이었다. 그럼에도, 윤진희는 시상대에서 환하게 웃었다. 동메달 시상대에 오른 벨로루시의 나스타샤 노비카바와 화난 얼굴과 대비돼 그의 웃음은 더 환했다. 윤진희는 “목표한 것은 이루지 못했지만 만족한다”며 “런던 올림픽에서는 더 만족스런 결과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넷에도 “금메달보다 더 빛난 윤진희의 은메달 미소였다”(아이디 바람처럼) 등의 글들이 이어졌다.
나이를 잊은 멋진 은메달도 있었다. 10일 열린 여자 400m계영에 출전한 다라 토레스(41ㆍ미국)는 은메달을 딴 뒤 “수영장 물은 선수 나이를 알지 못한다”며 “아마 50살이 될 때까지 흥분 속에 살아갈 것 같다”고 기뻐했다. 토레스는 동메달을 따 시상대에 함께 오른 오스트레일리아팀의 케이트 캠벨(16)과는 25살차였다.
같은 날 북한 선수단에 첫 은메달을 안긴 유도여자 52kg급 안금애(28)의 소감도 당찼다. “올림픽 선수권이라고 해서 오기 전엔 쫄았댔는데 해보니까 (금메달을 딴) 중국 선수도 일없습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같은 날 북한 선수단에 첫 은메달을 안긴 유도여자 52kg급 안금애(28)의 소감도 당찼다. “올림픽 선수권이라고 해서 오기 전엔 쫄았댔는데 해보니까 (금메달을 딴) 중국 선수도 일없습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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