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칼이 뚝 부러지더라고요. 기분이 안 좋았지만 오히려 은메달을 따기 위한 길조였나 봅니다"
지난 5일 오후 2008 베이징올림픽 펜싱 경기장인 올림픽 그린 펜싱홀.
남현희를 전담 지도하는 김상훈(35) 코치는 이상한 일을 경험했다. 훈련을 시작하기 직전 자신의 칼을 빼들어 끝을 바닥에 대고 탄성을 시험하는데 갑자기 뚝 소리가 나며 칼이 부러져 버린 것이다.
펜싱 칼은 좀처럼 부러지지 않아 펜싱인들은 이런 일을 경험하면 기분이 안 좋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다른 칼로 훈련을 마친 김 코치는 숙소에 들어간 뒤 곰곰이 생각에 잠겼고 결국 '오히려 길조일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오히려 좋은 일이 이어질 수 있다는 미신 같은 생각을 한 것.
하지만 이 뿐만 아니었다. 10일 낮 훈련을 지도하던 중 남현희의 칼에 옆구리를 찔린 것이다. 조금 따끔거렸을 뿐 크게 아프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김상훈 코치는 숙소에서 옷을 벗어보니 속옷이 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선수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아무런 얘기를 안했던 김 코치는 이번에도 똑같이 좋은 예감을 품었다.
결국 남현희는 11일 저녁 세계랭킹 1위 발렌티나 베잘리와 결승전에서 후회없는 경기를 펼친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김 코치도 물론 뛸 듯이 기뻤다. 김 코치는 "칼이 부러지고 옆구리에 피가 났던 것이 오늘 한국 여자 펜싱 사상 첫 메달을 따고 색깔도 동이 아닌 은일 수 있었던 좋은 징조였다"며 "1점 차로 진 것이 아쉽지만 충분히 잘했다. 노련미만 보완하면 4년 뒤 런던올림픽에서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min76@yna.co.kr
결국 남현희는 11일 저녁 세계랭킹 1위 발렌티나 베잘리와 결승전에서 후회없는 경기를 펼친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김 코치도 물론 뛸 듯이 기뻤다. 김 코치는 "칼이 부러지고 옆구리에 피가 났던 것이 오늘 한국 여자 펜싱 사상 첫 메달을 따고 색깔도 동이 아닌 은일 수 있었던 좋은 징조였다"며 "1점 차로 진 것이 아쉽지만 충분히 잘했다. 노련미만 보완하면 4년 뒤 런던올림픽에서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min7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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